‘살충제 계란보다 어설픈 먹거리 관리 행정이 더 무섭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살충제 계란 없다→이제 없다→먹어도 이상 없다’로 이어진 정부의 살충제 계란 파문 수습과정이 미덥지 못하다는 말이다. 이원화된 안전관리시스템, 엉터리 친환경 인증제 등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의 안전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잇따라 내놓은 통계와 조사결과들은 허점투성이였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엉터리 조사도 있었다. 잘못된 정보제공 속에 국민들은 혼돈과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속도전’을 내세운 조급함이 빚은 참사라 할 수 있다. 급기야 정부는 “살충제 성분이 든 계란을 평생 먹어도 인체에 문제가 없다”는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했지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의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피프로닐, 비펜트린, 피리다벤,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 등 살충제 성분 5종이 검출된 계란을 매일 평생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이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전수조사에서 살충제가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을 기준단위로 삼았다. 추산 결과 피프로닐이 최대 검출된 계란을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 1~2세 영아는 하루 24개, 3~6세 유아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살충제 성분을 섭취한 상황에 대한 인체 영향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일부 주장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가 설명한 독성 수치는 어디까지나 쥐 실험을 통한 대략적인 추산치일 뿐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예사롭지 않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이미 지난해 예고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7일 식약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계란농가에서 닭의 진드기 발생을 막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닭과 계란에 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손문기 전 식약처장은 “생산 단계는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사항”이라며 “계란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해서 추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식약청을 식약처로 격상, 식품안전관리를 일원화한다는 명분 아래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던 식품안전업무를 식약처로 몰아주기로 했지만 농식품부와 생산단체의 반대로 생산분야를 제외한 업무만 이관된 결과였다. 축산물 안전관리를 하려면 검사조직과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 농식품부 산하조직이 식약처로 넘어가지 않으면서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미흡한 대응도 한몫했다. 경북 경주 황금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울산지역으로 수십만개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는데 울산시는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에는 유통된 것이 없다”며 논란을 부추겼다. 울주군은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포함된 제품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채 예산으로 농가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지방정부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식품 행정행태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식품안전을 어떻게 확립할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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