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범인이 피해자 부모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22일 내려졌다. 이번 판결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이 화장실에서 여성들을 살해’하는 내용의 영화 ‘토일렛’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SNS캡처.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범인이 피해자 부모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2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명재권 부장판사)는 범인 김씨(35)에게 살해된 피해자 A씨(당시 23)의 부모가 김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이 화장실에서 여성들을 살해’하는 내용의 영화 ‘토일렛’이 논란을 낳고 있다.

영화 ‘토일렛’ 측은 지난 10일 포스터와 홍보 문구, 시놉시스를 공개했다. 포스터에는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에 벌어졌다’고 적혀 있다.

제작진 측이 공개한 시놉시스에는 여자들에게 모욕을 당한 한 남자가 일행과 함께 화장실에서 여성들을 덮쳐 겁탈을 시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토일렛’이 홍보를 시작한 직후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해당 영화가 ‘강남역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누리꾼들은 ‘#토일렛_상영_반대’ 해시태그를 쓰며 영화 상영 반대를 공론화 시켰고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포스터부터 홍보 문구와 영화 내용까지 모든 면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홍보 포스터에는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라는 글귀가 강조되어 있으며 ‘강남역 여자화장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충격적 심리 스릴러’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홍보물에 대해 누리꾼들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라는 단어를 통해 가해자들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식의 정당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시놉시스 속에서 여성들이 남성을 험담한다는 동기를 추가해 남성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보여질 수 있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토일렛 상영 금지 서명’을 시작한 누리꾼은 청원서에서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이 시점에서 혐오범죄를 재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해 제작된 상업영화라는 것을 거리낌 없이 홍보하고 있다. 강력범죄 사건의 '대중성을 띈 픽션화'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가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토일렛’ 홍보사 측은 “‘토일렛’은 이상훈 감독이 기획한 밀실 공간 스릴러 3부작 중 2번째 작품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기획한 저예산 독립영화”라며 “보도자료의 메인 카피를 정하던 중, 여러 소재 중 하나인 해당 사건을 언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토일렛’의 감독과 주연을 맡은 이상훈 감독 역시 본인의 SNS를 통해 “오해의 불씨가 퍼지는 것을 막고자 짧게 설명드리겠다. 영화 토일렛은 강남역 살인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이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감싸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그런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처음 공개했던 홍보물에 명백히 강남역 살인사건이 모티브 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점과 ‘강남역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시놉시스 때문에 누리꾼들의 분노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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