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방어진의 대표 어종이던 ‘오징어’가 최근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해 어선들은 오징어를 찾아 서해로 원정을 떠나고 있다. 22일 새벽 울산수협 방어진위판장에는 상인들이 어획량의 대부분인 가자미를 경매에 부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몇년전까지 울산대표어종
온난화 등으로 자취 감춰
어획량도 매년 크게 줄어
가자미는 예년 수준 유지

“오징어 잡으러 서해로 가요.”

15척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서해로 떠난 방어진항은 북적북적하던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3~4년 전만 해도 울산의 ‘대표 어종’으로 불리던 오징어가 이제는 ‘희귀 어종’이라 불릴 정도로 사라졌다.

워낙 물량이 없다보니 울산 앞바다를 누비던 방아진 채낚기 어선은 먹고 살기 위해 서해로 머나먼 ‘조업 원정’을 떠나는게 일상이 됐다. 어쩔수없이 원정 조업에 나서지만 줄어든 수입에 주름의 골이 깊어진지 오래다.

◇어획량 급감에 초라한 ‘실적’

22일 오전 5시30분 방어진위판장. 한 쪽에선 자망선주협회 인원들이 선별작업을 펼치느라 분주했고 한 쪽에선 종류별로 정리된 박스들을 지게차로 옮기고 가지런히 정리된 박스들을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돼있는 가자미가 대부분의 물량을 차지했다.

간간히 대구나 밀치, 가오리, 소라, 미주구리 등도 보였다. 선별작업을 마친 어종들은 박스에 담겨 경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20여년 전만해도 방어진 대표 어종으로 자리잡았던 오징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진영(38) 항운노조 방어진연락소 반장은 “오늘 위판장에는 오징어 물량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획량이 감소하자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이날 기준 오징어 1㎏ 가격은 9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5716원보다 3384원 올랐다. 평년 오징어 1㎏ 가격은 4705원이었다.

통상 난대성 어종인 오징어는 난류를 따라 겨울에 동중국해 인근에서 머물다 봄·여름께 남해와 동해를 거쳐 러시아까지 올라갔다가 겨울이면 다시 동해를 따라 동중국해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수년전부터는 동해가 아닌 서해에도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난류가 서해로 대거 유입, 오징어 어장이 다수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지난 7월 중순께부터 서해안에 울산, 부산, 포항 등 200여척에 이르는 채낚기 어선이 오징어잡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오징어 조업 ‘난망’

어민들은 오는 9~10월부터 방어진 앞바다를 포함해 동해안에서 다시 오징어 어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해만큼의 어획량이나 매출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방어진위판장에 따르면 올들어 7월 말까지 오징어 어획량은 8만507㎏, 매출은 고작 4억6500여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월말) 47만5475㎏, 매출 18억여원에 비하면 어획량 16%, 매출 21% 수준이다.

강용택 오징어채낚기 선장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방어진 어선 15척이 서해안(태안)으로 와 있다. 동해안에서는 오징어 조업을 할 수 없다”며 “거기(동해)에 있다가는 배 곯아 죽는다. 살기 위해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징어와 함께 지역 대표 어종으로 자리잡은 가자미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방어진위판장에 따르면 올해는 8월까지 122만㎏, 매출 89억여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24만㎏, 매출 80여억원 수준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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