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 트럭 150대 분량 가족 밭으로 유출…헌병단장은 묵인 의혹

▲ 육군 자주포 사격훈련.

부대 기강을 책임져야 할 군 헌병단에서 부사관이 부대 자산을 대량 빼돌리고, 지휘관은 이를 묵인하는 일이 일어났다.

문제의 부대는 지난 18일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일어난 육군 5군단 휘하의 부대로, 헌병 지휘관은 폭발사고 수사의 총 책임자여서 군 기강 해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5군단에서 헌병 수사관으로 근무하는 이모 원사는 지난달 초 헌병단 건물 신축공사에서 나온 흙을 군단 휘하 한 부대 인근에 있는 본인 가족
소유의 밭으로 무단 유출했다.

이 원사가 빼돌린 흙은 25t 트럭 150대 분량으로 파악됐다.

이 원사는 흙을 유출하고자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에 밭의 흙이 유실됐다’는 내용의 민원을 직접 만들고는 민원 해소 차원에서 밭에 흙을 제공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육군의 다른 감찰라인에서는 부대 자산인 흙이 석연찮은 경위로 대량 유출된 사실을 파악해 이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커지자 이 원사는 흙이 건축 폐기물이라고 주장하다가 결국 반납하기로 했으나 아직도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사가 속한 5군단 헌병단은 절도행위로 볼 수 있는 이 사안을 두고 아무런 형사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병단장 백모 대령은 사태가 불거진 뒤 이 원사가 내달 1일자로 전역 예정자를 위한 전직교육을 받도록 조치했을 뿐이다.

내년 4월 전역 예정인 이 원사는 애초 올 11월부터 교육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일정이 당겨졌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해 국가 재산을 함부로 빼돌린 사건을 수사해야 할 헌병단장이 오히려 이를 무마하려 했다”며 “군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헌병단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육군 고등검찰부에 고발할 것”이라며 “아울러 K-9 자주포 폭발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헌병단장을 보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육군본부 헌병실이 해당 부대에 인원을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흙을 가져간 것은 사실로 나타났으며, 전직교육 일정 변경은 다른 개인사 때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헌병단장은 법무실에 문의해 ‘흙의 원상복귀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듣고 흙부터 처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늦어진 감이 있으나 반출된 흙은 이달 말까지는 다시 옮길 예정이고, 해당 원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모두 확인되는 대로 징계나 형사처벌 등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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