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 33개로 도루 단독선두
6년만에 팀도루 합계 세자릿수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평소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을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그는 안 뛰면 발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타격과 마찬가지로 ‘발 야구’에도 슬럼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2017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도루가 급감했다.

정규리그 전체 일정(720경기)의 79%인 568경기를 치른 22일 현재 10개 구단 선수들이 기록한 도루는 645개. 경기당 평균 1개를 겨우 넘는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전체 도루 수는 8개 구단 체제였던 2011년(933개) 이래 6년 만에 세 자릿수에 그칠 게 확실해졌다.

지난해까지 팀 도루 합계는 5년 연속 1000개를 넘었다.

도루 1위 박해민(33개·사진)을 앞세운 삼성 라이온즈가 팀 도루 81개로 선두에 있다. ‘뛰는 야구’를 강조하는 김경문 감독의 NC 다이노스가 78개로 뒤를 잇는다.

도루 100개를 넘긴 구단은 2015년 8팀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5팀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많아야 2~3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팀 도루 45개로 최하위인 SK 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아예 “도루할 힘으로 장타에 신경 쓰겠다”며 도루 포기를 공개로 선언하기도 했다.

도루가 급속도로 준 원인은 여러 곳에 있다.

선발 투수진은 물론 강력한 불펜마저 보기 힘든 KBO리그에서 부상 위험이 도사린 도루보단 진루타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가 득점에 효율적이다.

‘타고투저’가 낳은 새 풍경이자 경기 수 증가로 드러난 얇은 선수층의 민낯이기도 하다.

도루하다가 치명상을 입는 사례는 선수들이 훔치기를 꺼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통산 500도루를 돌파해 ‘대도’(大盜)의 맥을 이은 이대형(kt wiz)은 지난 6일 SK와의 홈 경기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으나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밟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틀어졌다.

병원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이대형은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한화 이글스의 ‘쌕쌕이’ 정근우도 20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 2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팔이 꺾였다.

왼팔 측부 인대 파열 및 근육 손상 진단을 들은 정근우는 반깁스 상태로 3주간 고정 치료를 받아야 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발 야구를 경쟁적으로 주도해 온 이대형, 정근우, 김주찬(KIA) 등이 어느덧 30대 중후반으로 치달은 형국에서 이들의 뒤를 이어 대도 경쟁을 펼칠 차세대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한국 야구의 더 큰 숙제다.

현재로선 대도의 계보를 이은 박해민(27)의 도루왕 3연패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다만 그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서 주력을 견줄 이가 없어 당분간 외로운 레이스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도루의 소멸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강력한 투수들이 이어 던지는 국제대회 단기전에선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도루만큼 과감한 득점 루트도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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