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보존 명목 잇단 수위조절에...52년만에 취수 완전중단 사태 발생

▲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이 한달째 취수가 중단되고 있다. 23일 사연댐 취수탑 주변 수위가 취수불가인 45m에 머물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암각화 보존 명목 잇단 수위조절에
52년만에 취수 완전중단 사태 발생
낙동강물 사용료 월 20억이상 부담
시 “청정식수 확보, 생존권과 직결”
지진취약 취수탑 재건설과 동시에
‘식수전용’ 기본계획 변경 전격추진
‘암각화 보존 위한 수위조절 불가’ 도
취수관로 비상용 1개 추가 총 3개로

울산시가 사연댐 내진능력 보강에 맞춰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위조절 기능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들어 긴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조절을 일상화하면서 52년만에 사연댐 취수 ‘완전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청정식수 확보가 생존권 차원의 문제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적안으로 도출된 생태제방안을 부결한 문화재청이 또다시 수위조절에 바탕을 둔 ‘수문설치안’을 적극 검토하는 시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근본부터 없애겠다는 목적이다.

◇사연댐 수위조절 근거 없애겠다.

23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가 전국 댐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사연댐이 지진에 취약해 내진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취수탑(높이 33m, 직경 5m, 취수공 4개)의 안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자원공사는 기존 취수탑을 폐쇄하고, 인접한 장소에 새로운 취수탑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 취수탑에 연결되는 취수관로도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린다. 기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전용 각각 1개씩에서 홍수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비상방류용 관로 1개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댐에 대한 기본계획 변경도 진행된다. 변경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는 최근 울산시에 의견을 물은 상태다. 울산시는 기본계획 변경 시 식수난을 가중시킨 사연댐의 수위조절(반구대 암각화 보전을 위해 임시로 시행 중)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시는 국토부에 ‘비상방류 관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위조절 기능을 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사연댐 기본계획 고시문 제 1조 댐 건설의 목적에 포함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또 ‘사연댐을 식수전용으로 한다’는 내용을 기본계획 고시문 제4조 저수의 용도별 배분계획 변경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한다. 1994년 2월 정부 관계부처 장관 회의 때 사연댐을 식수댐으로 전환토록 결정한 것을 문서화하겠다는 것이다. 2가지 요구안이 모두 반영되면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은 완전히 차단된다.

앞서 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2014년 8월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추진을 전제로 합의했던 사연댐의 한시적 수위조절을 당장 중단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이미 카이네틱댐 실패가 확정된만큼 3개 기관이 체결한 임시 수위조절안은 더이상 준수의무가 없다는 논리다.

당면한 식수난으로 지역사회의 여론이 극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토부가 울산시의 요청을 묵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울산시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의 ‘취수 완전 중단’ 사태는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청정식수에 목마른 울산, 비용부담까지 이중고

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자체 상수원이 바닥나 지난달 20일부터 식수 전량(하루 40만t)을 낙동강물을 정수해 사용하고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은 마른장마의 영향도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댐의 수위를 저수위 48m(만수위 60m)로 낮춘 것이 식수원 고갈을 앞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기준 사연댐과 대곡댐의 유효 저수율은 4.95%에 불과하다. 수위는 약 46m로 280만t(하루 20만t씩 14일치)의 물은 있지만, 바닥까지 취수하면 물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어 취수가 불가능하다.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염두에 두지 않을 때는 사연댐 수위는 50~56m 정도(70일치 이상 확보)의 확보가 가능했고, 취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수댐 기능이 상실되면서 울산시민들은 재정 부담은 물론 생존권 위기에까지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식수원 부족으로 낙동강물을 끌어쓰는데 따른 재정부담은 울산시의 몫이다.

K-water는 낙동강 물이용부담금으로 t당 170원을 받고 있다. 울산시가 하루 40만t씩 한달 사용하면 20억4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엔 수질이 나쁜 낙동강물의 정수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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