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먹을 물이 없어진 지 한 달이 넘었다. 울산시는 식수의 전량(하루 40만t)을 낙동강에서 구입하고 있다. 식수원인 사연댐의 담수율이 떨어져 취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2014년 8월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48m까지 낮추어 운영해온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사연댐의 만수위는 60m다. 대체로 70일치 이상의 식수에 해당하는 50~56m를 유지해왔으나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고자 대폭 낮추어왔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마른 장마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울산시민들의 희생은 ‘먹을 물이 없는 울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울산시민들은 지난달 20일부터 ‘녹조라떼’라는 낙동강물을 한 달에 20억원이 넘는 비싼 돈을 주고 사먹고 있다.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제안한 생태제방안은 문화재청의 반대로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도종환 문화관광부 장관도 생태제방안에는 반대의사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수위를 낮추고 물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강길부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총리실 주도로 지자체 및 관련기관과 적극 협의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의 행적에선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나 울산시민들의 맑은 물을 먹을 권리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인구가 110만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도시인 울산시민들의 식수 문제나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도를 넘고 있다. 울산시도 더 이상 가만 있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사연댐의 취수탑을 새로 건립하는 것을 계기로 댐에 대한 기본계획 변경을 진행하는 국토부가 울산시에 의견수렴을 해오자 울산시는 “비상방류 관로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위조절 기능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과 “사연댐을 식수전용으로 한다”는 조항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사연댐 수위를 못 낮추겠다”는 것이 울산의 입장이다.

앞서 울산시는 ‘생태제방안’이 부결됐을 때 “사연댐의 수위조절을 중단해야 한다”는 공문을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에 보낸 바 있다. 가변형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추진을 전제로 합의된 것이므로 더 이상 준수의무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울산시는 사실상 할 도리를 다했다.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식수 확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지 않겠다는 울산시의 입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맑은 물을 먹을 권리와 식수 구입에 드는 비용 부담은 울산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희생의 범위를 넘어선 매우 심각한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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