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간 보여줬던 ‘사람 중시’
남은 임기 험난한 파고와 맞닥뜨려도
인권 최고로 여기는 ‘초심’ 잃지않길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1981년 신군부에 의해 청와대를 접수한 전두환은 집권하자마자 재벌과 국민을 겨냥, ‘정의사회 구현’을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렀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예정된 ‘재벌그룹’ 회의에 ‘지각’한 국내 최대 신발업체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은 괘씸죄에 걸려 그룹이 공중분해됐다. 연장선에서 집권한 ‘노태우’와 그를 둘러싼 측근들이 권력을 이용한 무소불위 역시 비슷한 유형이었다. 스스로 ‘문민정부’로 명명한 YS(김영삼정부)도 대선당시 밉보인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에겐 전방위 압박에 이어 그룹 심장부를 바짝 조이기도 했고, ‘국민의 정부’DJ(김대중)정부 역시 ‘사정’(司正)을 명분으로 ‘정적’들을 압박한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이어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인권에 무게를 두긴 했지만, 초반부터 검찰개혁과 함께 사사건건 맞붙은 보수 언론을 겨냥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MB정부 역시 전 정권(노무현)을 무차별 압박했다는 게 당시 야당측(현 집권 민주당)의 항변이고, 임기 4년차 탄핵으로 중도 추락한 박근혜 정부는 권력을 이용한 ‘파행정부’의 정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정권초반의 이같은 행태는 권력을 가진자들의 소위 대국민 ‘겁박’이었다.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감사원 등 5대 권력기관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겁을 주는 ‘겁박’의 결과는 어떠했나. 오히려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하산길에서 모두 침몰했다. 앞서 이승만 박정희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모두 정권 초반 ‘반듯한 국정’을 위한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며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추상같이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출범 100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과연 어떠할까? 일단은 청신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85% 안팎이 ‘문정부’를 “잘하고 있다”고 평한다. 3대 정부를 이어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 역시 전 정권과 비교 분석할때 국민들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난 정권 모두 출범당시엔 최소 70%대를 웃돈 국민지지를 감안할때 취임 100일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의 여론은 특별한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정부 100일’ 청와대의 속내를 한걸음 더 들어가 볼수 있는 출입기자의 눈에는 과연 어떻게 비쳐질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인권을 중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람이 먼저다’라는 것. 취임후 100일동안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문정부는 권력을 이용한 ‘이상한 그림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취임직후 대통령과 출입기자의 자연스런 산행에서부터 임종석 비서실장은 물론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대국민 낮은자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박수현 대변인, 권혁기 춘추관장 등 청와대 홍보라인의 성실한 대국민 알권리, 각본없는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의 집무실 공개 등. 여기다 수십년동안 민간인이 차단된 청와대 앞길을 활짝 열어 국민에게 되돌려 준 것은 권력을 통한 대국민 겁박은 절대하지 않겠다는 ‘문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앞서 언급했듯 현대 정치사에서 집권측이 권력을 등에 업은 대국민 겁박은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을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온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도가 추락할때면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유혹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당대 최고의 인권중시의 철학에도 불구하고 권부 주변 측근들의 권력 이용을 통한 파행적 행태는 매우 은밀하고도 기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범 100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5년동안 100일 단위로 20번의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 ‘문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남은 임기동안 험난한 파고와 부딪히더라도 ‘대국민 겁박’이 아닌, 국민인권을 최고로 초심을 지키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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