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얼마 전 친지의 생일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 들렀다. 상품들은 조명 아래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고 용기부터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매장 직원이 선물하기에 가장 무난하다며 권하는 영양크림을 샀다. 도자기 형태의 유리용기는 예쁜 종이 박스에 담겨져 있었는데 직원은 또 다른 은빛의 포장지로 한번 더 포장을 하고, 선물이니 리본을 묶어 더 예쁘게 하겠노라고 말했다. 평소 환경보호에 앞장선다고 자부하던 터라 이건 아니다 싶어 “아닙니다. 포장은 하지마시고, 리본만 하나 달아 주세요”라고 했더니 직원은 “왜요? 훨씬 고급스럽고 예쁠 텐데…”라며 의아해 했다. “선물을 받는 분이 쓰레기 나오는 걸 싫어하세요”라고 답하고 또 다른 종이봉투에 담아준 선물을 들고 나왔다. 30g 정도의 크림 하나에 도자기 용기, 종이박스, 또 다른 포장재와 리본 그리고 종이봉투까지 다섯 단계의 포장이 되는 것이다. 포장이라고는 하나 뜯고 나면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인데 우리는 잠시의 눈요기와 편의 때문에 환경에 대해서는 무뎌지고 만다.

동네 마트의 고기, 생선, 나물, 과일 등도 모두 스티로폼, 플라스틱, 비닐로 포장돼 있고 재래시장마저 비닐 봉투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넘치는 생활쓰레기. 그러나 우리나라는 더 이상 쓰레기 매립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매립을 하더라도 생활 쓰레기가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종이의 경우 2~5개월, 일회용 컵이 20년 이상, 일회용 기저귀는 100년 이상, 플라스틱재는 500년 이상이나 걸린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생활쓰레기 줄이기’이다. 이를 위한 것이 최근의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운동이다. Pre(미리)와 Recycling(재활용)의 합성어로 이전의 ‘재활용’ 개념에서 더 나아가 ‘사전 재활용’을 실천하자는 의미이다. 즉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일회용 포장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운동에 대표적인 독일의 슈퍼마켓 ‘오리지널 언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는 포장재 없이 물건만 무게를 달아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물건을 담아갈 용기나 바구니 등을 가져가야 한다. 대용량의 큰 통에 들어 있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만 용기나 바구니에 담아 무게를 달고 사가는 방식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시작되고 있는데 생활쓰레기 감소를 위해 이러한 판매 방식의 가게는 매우 고무적이다.

더불어 소비자 측면에서는 ‘장바구니 들고 가기’를 생활화 하고, 물건 구입 시 ‘비닐, 스티로폼 등의 일회용 포장용기 사양하기’ ‘지속적 사용이 가능한 형태의 물건 구입하기’와 함께 ‘재활용 자재의 분리배출’이 실천되어야 한다. 판매자 측면에서는 제품의 과대포장을 지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포장과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포장용 쓰레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정착된다면 생활쓰레기 과다와 관련된 환경문제만큼은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