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장마전선은 진즉에 한반도를 떠났지만, 8월 장마같이 연일 비가 오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다 같아보여도 그 원인은 다르다.

장마전선과 같은 전선이 형성돼 내리는 비가 있는 반면에, 기압의 상대적인 차이로 주변보다 기압이 낮은 저기압에서 생기는 비구름, 공기가 산을 만나면서 산을 타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구름, 해안을 중심으로 유입되는 다량의 수증기로 만들어지는 비구름, 지면에 쌓인 열기가 공기의 상하층간의 불안정을 만들어 생기는 소나기성 비구름 등 다양하다.

연강수량의 절반 가량이 여름철 장마에 집중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10년 동안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실제 2000년 이후 6~7월 평균 강수량은 528.2㎜로 90년대에 비해 100㎜ 이상 늘고, 강수일수도 4.6일 증가해 장맛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6~7월 강수 못지않게, 8~9월에도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쏟아져 ‘오뉴월 장마’란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기상청에서 2009년 장마예보를 폐지한 것도 쉽게 말해 비의 원인을 따져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내리는 비에만 ‘장맛비’라는 이름을 붙여주겠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상공으로 복잡하게 얽힌 서로 다른 공기들의 싸움인 날씨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중부지방까지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남서류가 유입되고 있고, 북쪽에서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와 지면에 쌓여 뜨거운 공기 속으로 파고들면서 한랭전선을 만들어 대기불안정을 강화시켜 좁은 지역에서 강하게 비를 뿌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남부지방에서 제13호 태풍 ‘하토’가 끌어 올린 수증기가 남서풍에 합류돼 비구름대가 더욱 발달하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다.

주 후반까지는 전국 곳곳에 비가 오락가락하겠다. 이미 많은 양의 비가 내린 터라 지반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내릴 비의 양과 상관없이 추가 피해가 없도록 시설물 점검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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