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론이든 사회 갈등 불가피
신고리 운명 , 여론조사로 ‘우려’

▲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정부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위한 시민 참여형태의 조사용역을 최대 25억원의 입찰공고를 실시했다. 정부가 이와 같은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초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및 반대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론화위원회가 찬반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자신들은 조사만 하고 결정은 정부가 하라고 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국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곧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및 반대사태가 초래될 경우 정부와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 위한 위장수법이자 돌려막기식의 정책이지만,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현 정부가 책임을 피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진행 및 중단에 관한 결정이 비록 공론화위원회가 추진하는 여론조사에 통해 결정되지만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 중인 공사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채 공론화란 이유로 국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론조사만 한다고 해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에 대한 공정성과 타당성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 이유는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리 분별력이 결코 동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전기는 물과 함께 인류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필수 물자인 동시에 전략물자다. 그러므로 전력수급정책은 정부가 면밀하게 주도하여 결정할 사안이지 국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여론조사가 만사형통을 초래하는 최고의 의사결정방식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신고리 5·6호기의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명확하게 알아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신고리 5·6호기를 공론화위원회의 주도아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은 무자격 운전자에게 정상적인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과 다름없는 함양미달의 막가파 방식의 의사결정방식이라는 사실 또한 정부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보편적인 상식이다.

일전에 정부는 발표를 통해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없으며 현 정부 임기 내에 전기요금의 인상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울산에 사업장을 가진 한 기업가는 정부의 전력수요관리 거래시장인 DR에 참여한 결과 5번에 걸쳐 급전지시를 내려 정상적인 공장의 가동이 어렵다고 밝혔으며 수많은 기업들을 DR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착오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간다. 왜냐하면 정부의 발표대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면 전력관리시스템인 DR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형 조사용역이 시작된 만큼 10월20일경에는 공사의 재개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만약 공사 중단이란 사태가 초래될 경우 이미 지불된 1조5000억원과 나머지 보상금을 합할 경우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허공으로 사리지게 되며 현 상황에선 지극히 희박하지만 공사가 재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론조사를 위해 투입된 25억원만 사라지게 되는데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찬성과 반대를 주장한 측의 감정만 더 악화되는 사항은 피할 수 없는 난제중의 난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원전을 반대하는 측과 원전건설을 찬성하는 측과의 싸움을 말려야 할 위치에 있는 정부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원인제공을 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의 부재와 후진성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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