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열도 반환 목표로 공동경제활동 구상했던 日 ‘발만 동동’

 

러시아가 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도)를 경제특구로 지정하자, 해당 지역에서 양국 공동경제활동을 구상해온 일본이 당황해하고 있다.

2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전날 새로운 형태의 경제특구인 ‘선행발전지역’ 설치에 서명했다면서, 쿠릴 4개 섬 가운데 시코탄도(色丹島)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코탄도는 수산물가공업 특구로 지정돼 세제 등에서 특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에서 74억 루블(약 142억 원)이 투자돼 7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쿠릴 열도를 공동경제활동 지역으로 만들려던 일본은 러시아의 이런 일방적 특구 지정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은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쿠릴열도를 러시아와 함께 개발해 숙원인 ‘북방영토 반환’으로 가는 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작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쿠릴열도에서 ‘특별한 제도’에 근거한 공동경제활동을 벌이기로 합의한 뒤 양측은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 지난해 12월 16일 일본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법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지만, 일본은 이 경우 러시아의 지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돼 새로운 규칙을 만들자고 제안해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쿠릴 열도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은 러시아가 향후 일본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우대 조치가 있는 경제특구에서는 외국 기업의 유치가 쉽다. 중국과 한국이 이미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구 지정에는 다음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열릴 예정인 러일 정상회담 전에 일본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러시아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일본과의 공동경제활동을 지향했던 방침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외무성의 간부는 “공동경제활동 협의가 길어지면 일본을 빼고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야구의) 견제구”라고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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