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승률 0.667로 5년 만의 ‘가을야구’ 가시화

▲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롯데가 7대 3으로 승리해 롯데 마무리 투수 손승락(오른쪽)과 포수 강민호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기고 있어도 질 것 같았던 롯데 자이언츠가 이제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으로 변모했다.

롯데는 22∼23일 선두 KIA 타이거즈와 광주 2연전을 싹쓸이하고 후반기 31경기에서 20승(1무 10패)째를 수확했다.

롯데는 다승 1위를 다투는 KIA의 ‘원투펀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를 연달아 격침시키며 야구계를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했다.

전반기를 7위로 마쳤던 롯데는 어느덧 5위 넥센 히어로즈에 반게임 차 앞선 4위를 차지했다.

후반기 승률은 0.667로, 롯데보다 승률이 앞서는 팀은 두산 베어스(24승 1무 7패·0.774)뿐이다.

승률에서는 두산에 뒤지지만, 롯데는 후반기 20승 중 16승을 역전승으로 일궈내며 후반기 가장 무서운 팀으로 자리했다.

올 시즌 거둔 총 역전승은 37승으로 KIA(33승)을 제치고 어느덧 리그 역전승 1위로 올라섰다.

선수단 전체에도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이다.

롯데는 9회까지 2-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최준석의 투런포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연장 12회 2사에서 집중타가 터져 나오며 8-5로 승리했다.

롯데는 ‘양떼불펜’을 구축한 양승호 전 감독 시절에도 7점 이상의 리드는 벌여놔야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펜이 취약했다.

하지만 올해 후반기 롯데 불펜은 구단 역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다.

박진형, 조정훈, 배장호, 이명우, 장시환 등의 ‘필승조’는 다소 기복이 있긴 하지만 박빙의 상황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4회초 무사 상황에서 롯데 이대호가 솔로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 동료와 자축하고 있다.

특히 후반기 들어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떠오른 손승락을 빼놓을 수 없다.

손승락은 후반기 팀이 치른 31경기에서 절반이 넘는 20경기에 나서 15세이브를 따냈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 했던 손승락은 그 말 그대로 온몸을 다 바쳐 롯데의 뒷문을 잠그고 있다.

사실 롯데는 팀 색깔이 끈끈함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연패 중일 때도 더그아웃에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손승락의 ‘살신성인’ 투혼이 이런 롯데의 팀 분위기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3번의 팔꿈치 수술을 딛고 재기한 조정훈도 연투를 마다치 않는 모습으로 선수단 전체를 깨우고 있다.

그리고 롯데는 1군 엔트리에 들어간 모든 선수가 제 몫을 다해내고 있다.

경기 막판 대주자로 나섰다 하면 2루를 훔쳐내는 나경민을 비롯해 김동한, 황진수, 박헌도까지 저마다 후반기 역전승 행진에 지분이 있다.

타격이 워낙 약해 원성을 샀던 백업 포수 김사훈도 후반기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를 쳐주고 있다.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는 주전 선수뿐만 아니라 백업 선수들의 분발이 더해져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팀 분위기가 끈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 수는 많이 남았다.

롯데는 당장 24∼25일 LG 트윈스, 26∼27일 넥센 히어로즈 등 순위 경쟁 중인 팀들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손승락의 투혼과 조정훈의 눈물겨운 재기, 이대호의 귀환, 박세웅·김원중·박진영·박시영 등 영건들의 성장이 5년 만의 가을야구라는 행복한 결말로 귀결되려면 아직은 방심할 틈이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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