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가 24일 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브이아이피’를 향해 여성들의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포털 캡처.

 

23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V.I.P)’가 예매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브이아이피’를 향해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4일 오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브이아이피’는 27.6%의 예매율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브이아이피’를 향한 호평 섞인 보도들도 쏟아진다.

그러나 정작 누리꾼들 사이에선 ‘브이아이피’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여성 누리꾼들은 주변에 ‘브이아이피’를 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보지 말라고 말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영화 ‘브이아이피’는 한국 국정원과 미국 CIA가 북한 고위층의 자제를 기획 귀순시키지만, 이 북한 VIP는 여성을 상대로 잔인한 범죄를 일삼는 사이코패스였고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영화이다.

누리꾼들은 이 영화 속에서 여성은 잔인하게 유린당하고 성적 학대를 겪는 장면이 불필요하게 자극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화는 초반부터 북한 VIP인 김광일(이종석 분)의 악마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을 피투성이 나체로 등장시킨다. 괴로워하는 여성의 몸을 카메라는 자세하게 훑어가고 김광일은 여성을 가해한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서 여성들은 무참히 강간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당되며 그 모습이 스너프 필름으로 촬영된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며 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앞서 ‘브이아이피’를 감상한 평론가 임수연 씨는 “저렇게까지 여성에게 폭력적이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평을 남겼고 누리꾼들 역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23일 오후부터 SNS에는 ‘브이아이피’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토로하는 평이 속속 게재됐다. 해당 글들이 몇 천 회 이상 공유돼 퍼지자 ‘브이아이피’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영화를 찍은 배우에 대한 보이콧도 주장했다.

이어 영화를 직접 본 관람객과 영화를 보지 않았으나 관람객으로부터 내용을 전해들은 누리꾼들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브이아이피’ 평점 페이지에 모여들어 ‘브이아이피’ 별점을 1점만 주는 소위 ‘별점테러’를 시작했다.

‘브이아이피’에 1점을 준 한 누리꾼은 “여자는 남자캐릭터를 위한 성적폭력의 대상이며 그저 남자캐릭터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한 캐릭터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여성을 무참히 다루는 장면은 감독의 빈약한 상상력과 이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 역시 “불필요한 자극적 묘사와 여성을 우롱하는 서사가 너무 많다. 너무나 무례하고 여성을 영화의 소모품적인 장치 이상으로 여성들을 농간하는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이 커지자 박훈정 감독은 2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감독은 “내가 피해자들과 같은 성별이 아니기에 더 고민하려 했다. 그럼에도 이런 장르 영화에서, 더욱이 범죄자가 이미 잡힌 상황에서, 영화에 긴장을 더하려면 그런 장면이 연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에 표현의 수위와 불쾌하다거나 배려가 없다는 그런 반응들에 대해선 당연히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범죄영화를 만들 때 영화적인 리얼리티에 제한을 둬야 할지는 고민이 계속 된다”며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성들은 묻는다.

영화적 리얼리티를 위해 영화속 여성 피해자들이 그 정도로 잔인하게 유린당하고 살해당하는 장면이 필요한 것인지. 과연 그런 장면이 있어야만 ‘브이아이피’라는 영화가 완성되는지.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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