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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
[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맛있는 선지국밥 맛볼 수 있는 곳…가식없는 삶이 모이는 곳46)남창 옹기종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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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4  22: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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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지역의 싱싱한 해산물과
내륙 곡식·임산물이 만나는 중간지점
일제강점기 동해남부선 개통되고
남창역이 생기면서 남창장은 더 번성
남창천 둔치 대밭에 우시장 개설돼
값싸고 신선한 쇠고기 맛볼수있어
지금도 선지국밥·남창막걸리 명물

대형마트·백화점에 밀려 침체 겪다
외고산 옹기마을 관광화 여파 재부흥
2011년 남창옹기종기시장으로 새간판



“새야 오데 가노, 자아 가나?”

“그래, 아아들 온다카는데 묵을 게 있어야제”

“그래가 뭐 살라꼬?”

“고기 쪼메하고 생선 도오마리 살라꼬.”

희뿌연 흙먼지 날리며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십리 길도 마다않은 채 자식들을 위한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때로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그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울 때면 장을 찾게 된다.

18세기 후반에 전국 각지의 장시 목록을 체계적으로 수록한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울산에는 6곳의 오일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250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개설되는 3곳이 바로 태화장, 언양장, 남창장이다. 그 중 남창장은 남창지역에서 3일과 8일 오일마다 장이 섰다. 남창은 조선시대 정부에 세금으로 바치는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로 울산부의 남쪽에 있다는 의미였다. 바닷가에 면한 서생에서 생산된 해산물과 내륙의 곡식, 임산물이 만나는 중간 지점에 있었기에 장을 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옹기박물관을 지나쳐 접어든 길가에는 이미 즐비하게 주차된 차로 장의 붐빔을 알려 주었다. 주차장이 있었지만 만차일 거란 생각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남창역을 지나쳐 걸었다. 일제강점기 때 포항과 부산진을 잇는 동해남부선이 개통되었고, 남창역이 생겨 물류가 용이해지면서 기존의 물자가 모이는 집산지였던 남창장은 더욱 번성해 1970년대 중반까지 그 명성을 유지했다. 그러다 교통이 변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생겨났으며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또한 바뀌기 시작하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장이 다시 활성화된 것은 2000년대에 들면서 부산울산 고속도로가 근처를 지나고 인근에 있는 외고산 옹기마을의 관광화와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면서부터다. 여세를 몰아 2011년에는 이름을 남창옹기종기시장으로 바꾸었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기 위해 햇볕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과 주차장이 만들어졌고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꾸준한 변화를 꾀했다. 또한 연말이면 주차타워가 완공될 예정이라 하니 사뭇 기대가 크다.

   
 

매년 4월8일 울주군과 남울주청년회의소 주관으로 재현하는 3·1만세운동이나 남창시장 번영회에서 준비하는 한마음 대축제 또한 재래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되었다.

1919년 3월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한 3·1만세운동의 물결은 울산에서 큰물을 이루었으니 대표적으로 언양, 병영, 남창 세 곳을 들 수 있다. 남창 3·1만세운동은 이재락이 고종황제 인산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했다가 3·1독립만세운동을 직접 목격하고 독립선언서를 입수해 귀향하는 즉시 학성이씨 문중 원로 8명과 봉기를 결의해 4월8일 장날 거사를 했던 것이다. 독립운동의 얼을 기리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라 할 수 있다.

장에 들어서니 비릿한 해산물 냄새가 풍겨왔다. 남창장은 바다와 가까이 위치해 해녀들이 직접 잡아 장에 내놓을 만큼 생선이나 해산물이 신선하기로 유명하다. 생선회를 사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끼여 파닥거리는 생선을 손질하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수산물 코너 옆으로 인근 할머니들이 가져온 야채들이 바구니에 담겨 판매되고 그 속에 늦은 점심을 드시는 노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이것저것 산 물건들로 양손 가득 검은 봉지가 들려 있고 향긋한 채소와 과일향을 깨우는 신나는 북소리와 노랫소리에 이끌려 둥그런 지붕을 한 식당들과 원두막으로 둘러싸인 옹기종기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여자 분장을 하고 허리춤에 어린아이 인형까지 둘러멘 각설이가 신나게 엿 장단을 치고 있었다. 두 개의 원두막에는 어르신들이 햇볕을 피해 시원한 콩물과 식혜로 더위를 다래며 각설이의 입담에 맞장구를 치신다.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사상가 톨스토이는 그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에서 하느님께서 사람들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자기에게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 주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뿐 만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인간이 모여 살기를 원한 것이 신의 의도라면 가장 부합하는 삶의 형태는 시장이 아닐까한다. 시장은 특별한 시설 없이 정해진 날에 약속된 장소에 상인과 농민이 모여들어 성립되었다. 갖가지 먹거리를 비롯해 생필품 등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곳 때문에 모여드는 사람들, 가식 없는 삶 본연의 모습 그대로의 곳이 바로 시장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남창장의 명물 선지국밥과 시원한 열무국수를 시켰다. 1960년대까지 남창장은 남창역 앞에 뻗은 도로와 남창천이 만나는 제방을 잇는 ㄴ자형 시장이 형성되었다. 주요 거래 품목은 곡식과 고기, 땔감, 어물이었다. 또한 남창천 둔치에 있는 대밭에서는 우시장이 함께 개설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유명한 선지가 들어간 쇠고기 국밥은 도축장과 우시장에서 흘러들어간 값싼 쇠고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남창시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해산물이 풍부한 해안가에서 왔기에 내륙의 쇠고기국밥은 별미였을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온산국가산업단지가 건설될 때,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선지국밥과 남창막걸리를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고 한다.

   
▲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발길 닿는 대로 시장을 한 바퀴 도니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해졌다. 그곳에서 리어카에 야채를 팔고 계신 아저씨의 말씀이 남창장에서 27년이나 장사를 하셨지만 훨씬 오래 되신 분들도 많다고 하신다. 어떻게 장사를 시작하셨냐는 물음에 부모도 없고 배운 게 없으니 할 줄 아는 게 없어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답하시는 아저씨의 삶이 왠지 옹기와 닮아 보였다. 도개와 수레로 한없이 두드려 단단해진 옹기처럼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연으로 삶을 수레질 했을 것이다.

어느덧 가을맞이로 누그러진 날씨 탓인지 길가를 수놓는 초록빛 생명들이 눈에 들어오고 금방 짠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덤으로 받은 콩나물 한 주먹에 마냥 행복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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