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알게 된 싱어송라이터모임
늙은 신입도 편견없이 선뜻 받아준
그들의 융통성과 순수한 열정에 경탄

▲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학도

지난 5월 ‘싱송라’ 모임에 가입했다. ‘싱송라’란 울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들, 노래와 악기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일부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10여명 정도의 작은 모임이다. SNS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이 모임의 멤버들은 대개 20대 초반부터 30세 남짓이다. 나는 이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노래를 만드는지 심히 궁금해서 문을 두드려보게 된 것이다. 이런 모임에 65세 된 노인(?)이 가입신청을 한 것은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참으로 주책없는 일이겠지만, 나를 선뜻 받아준 그들의 열린 모습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오히려 그동안 가장 연로(?)했던 30대 중반의 초등학교선생님은 나의 등장에 환호를 발사한다.

첫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니, 모두가 환영일색이다. 옵저버로서 구경만하겠다는 나의 요구는 일거에 묵살(?)당했고 그대로 모임의 정식멤버가 되고 말았다. 첫 번째 미션은 두 명씩 다섯 팀으로 나누어 팀별로 로고송을 만드는 일이었다. 팀을 만드는 것도 사다리타기로 정한다. 사다리를 종이에 그릴 줄 알았더니 휴대폰 사다리 앱을 이용한다.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 그동안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야하고 곧바로 발표다. 다행히 내 파트너도 공대생이었기에, 쉽사리 의기가 투합하여 ‘공돌이 음악가’란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다른 팀들도 보니 참으로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가사도 가사려니와 노래에 속삭임이 있는가 하면 절규하기도 하고, 현란한 랩이 난무한다. 너무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음 주 모임 후 나의 입회 축하 자리…. 맥주를 마시는데 날파리가 날아다닌다. 누군가 ‘날파리’를 제목으로 하여 즉석 노래짓기를 제안한다. 대여섯 마디 부르고 다음 사람을 호명하면 이어서 부른다. 날파리의 비상(飛上)에서 자유를 느끼고, 붕붕 날개소리에서 날파리의 꿈을 얘기하고, 그들의 짧은 인생을 슬퍼하고, 날파리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등 다양한 가사내용이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음을 타고 기타반주와 함께 흐른다. 내 머릿속엔 날파리는 사람에게 해로우니 빨리 처단해야 한다는 것밖엔 생각이 안 난다. 참으로 한심하게 굳어진 정서임을 절감한다.

팀을 만든 후 서로 다른 팀에게 제목을 던져주고 노래를 만들게 한다든지, 함께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끊고, 그 다음에 전개될 또는 전개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각자 상상해서 발표하게 하는 등 정서를 자극하고 이끌어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전체과정이 지극히 젊은이스럽게 민주적이고 재미있다. 두 시간 내내 웃음이 가실 줄을 모른다. 싱송라는 별도로 발표회도 갖는다. 연습하다 틀리거나 지적받아도 결코 의기소침해 하지 않는다. 대신 “그치? 내가 노랠 부르면 꼭 슬퍼지게 부른단 말이야. 근데 왠지 실전에선 무지하게 잘할 거 같애.” 모두가 톡톡 살아있고 긍정적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난 어느새 젊은이들의 콧수염, 노랑머리, 타투, 헤진 청바지에 대한 편견이 와르르 무너졌다. 매사에 성급히 단정 짓고, 고집과 분노가 일상화된 나로서는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 자신감과 미래지향, 융통성과 상호배려를 접하며 늘 경탄한다. 작곡이나 디지털기기에 대한 지식습득은 오히려 덤이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 기성세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키워낸 달콤한 열매만 즐기는 배부른 세대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순수한 영혼과 팔팔한 자신감에 차있는 그들의 있음이 오히려 기쁨과 보람이요, 감사해야 할일 아닌가. 나에게 있어서, 지난 40년간 젊은이들과의 이성소통을 통해 가지게 된 미래기대는, 이제 그들과의 감성소통을 통해 미래확신으로 승화되었다고 감히 결론한다.

나는 그들을 만나러 울산중구 문화의 거리에 가는 월요일이 몹시 기다려진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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