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직무등급 설정 기준 마련
임금정보 제공 기본 인프라 구축
노·사·정 열린 소통의 장도 필요

▲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성장 둔화와 급속한 세계화로 대기업은 무한경쟁의 틀 속에서 자체 생존을 위해 수요 독점적 입장을 견지, 원·하청관계의 부정적 특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지역 주력산업에서 원·하청기업 사이의 비대칭적 지위는 노동시장으로 파급돼 원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와 하청회사의 근로자간에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처우가 심각하게 차이가 나면서 원·하청 관계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분업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원·하청 관계 개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제조업이 밀집돼 있는 울산지역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원·하청거래 네트워크의 구조를 파악, 원하청구조와 기업의 생산성, 수익성 등 경영성과 간의 관계를 검토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에는 파견·하도급 등의 증가로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데, 자동차,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 정규근로자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외부근로자를 파견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원·하청 간에 고용계약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문제의 근원이 존재한다. 또한 사내하도급업체들이 경영상의 독립성이 결여되고 유사 직무라도 매우 큰 격차의 임금을 지급하는 등 차별적 처우가 여전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모듈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하위 시스템 통합기능이 모듈업체에 이양됐고, 1차 부품업체 중 탈락한 업체는 대형부품업체의 외주를 받는 2차 이하의 부품업체로 재편되면서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하청구조별로 보면 기함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월 600만원에 가까운 높은 수준인 반면 협력업체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311만원으로 상대임금은 52%에 불과한 낮은 수준으로 기함기업과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정액급여에서는 20% 미만이지만 초과급여를 포함할 때 30%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를 원·하청 단계별로 보면 1차 협력업체의 상대임금은 56%인 334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편인 반면 2차 협력업체에서는 절반을 하회하는 수준 292만원이며, 3차 이상 협력업체에서는 32%인 192만원에 불과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완성차업체나 부품회사의 숙련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자동차산업의 원·하청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강한 전속성 및 교섭력 우위가 임금격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완성차기업의 임금결정은 기업 내부의 다양한 영향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1차 부품회사의 경우 완성차기업에 의한 부품단가 및 기업내부 요인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며, 2차 부품회사의 경우 전국적인 시장임금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전속적 관계는 하청기업의 원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완성차업체의 교섭력이 커지고, 그 결과 납품단가 인하나 원자재 가격의 상승분이 납품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계열사 1차 부품업체의 비정규직 활용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일부 부품회사는 70~80%에 이르고 있으며, 비계열사 부품회사의 비정규직 평균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40%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이는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계열사 1차 부품회사가 고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사내하청을 활용해 인건비를 절감하려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성공적인 임금격차의 해소를 위해서 정부는 우선 산업별 직무등급을 설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시장임금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임금정보의 사회적 유통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임금정보 유통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민간전문기관들이 단순한 임금에 대한 정보만이 아닌 개별기업들의 직무분석 결과를 토대로 산업별 직무분석 틀을 만들어 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분류기준이 정확하지 않고 직급별 임금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기업들이 임금 정책을 수립하거나 근로자 본인이 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는 실제 참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산업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근로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노사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함께하는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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