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모든 혐의 인정에 할 말 잃었다…그룹 미래 암담”
무죄·집행유예 대비 서초사옥 대기 임직원 ‘허탈’

▲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 전 임원 등 5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그룹은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유죄 판결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특검이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주장했던 핵심 혐의인 뇌물 공여, 횡령은 물론 국외재산도피까지 모두 재판부가 인정하면서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그동안 ‘법리와 증거만으로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던 삼성은 총수 공백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면서 ‘패닉’에 빠졌다.

올해 초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맏형’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 1심 선고 결과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이미 판결에 불복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지난 2월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충격이었지만 오늘 선고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국외재산도피까지 인정한 것은 정말 의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사실상 총수 공백에 따른 비상체제이지만 앞으로 혼돈의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을 생각하니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형량도 형량이지만 공소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설명한 구체적인 유·무죄 판단 근거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다른 재벌그룹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 부분에 대해서만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다른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무죄 혹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풀려날 것에 대비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초사옥에서 대기하던 임직원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을 통해 선고 관련 보도를 지켜보던 임직원들은 공판 초반에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명시적 청탁했다고 볼 수 없어’라는 등의 속보가 뜨자 한때 무죄 선고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후 이어진 뇌물 공여 인정 등의 속보에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더욱이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까지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자 참담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직원은 “재판부가 이렇게까지 거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선고와 관련해 공식적인 대책회의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일부 임원은 향후 항소심 일정 등을 공유하면서 대응 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분위기로 미뤄 어느 정도는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화한 것이라면서 차분하게 대처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임원은 “특검의 구형이 징역 12년에 달했던 만큼 오늘 어느 정도의 실형은 예상했다”면서 “당혹스럽지만 변호인단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직원은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안타깝다”면서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해외에서 삼성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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