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5년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명했다.
2005년 6월 9일을 마지막으로 실종된 이해령 씨는 일주일 뒤인 16일, 청소업체 전단지 아르바이트생 김씨에 의해 서울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씨가 실종된 9일 이씨는 동생의 결혼식에 쓸 한복을 챙기기 위해 오전 11시 한복집을 방문했다. 이후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친하게 지냈던 대학교의 교수를 만났고 오후 2시 쯤 교수와 헤어진 직후 근처 은행으로 향했다. 2시 23분께 은행을 나와 지하철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끝으로 이 씨의 행적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씨의 부검결과 이 씨의 간에서 확인된 알콜농도는 0.14%로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씨의 위에서는 식사를 한 흔적이 발견돼 사망 직전 누군가와 저녁 식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이 씨의 가슴 위에서 이 씨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타액이 발견되며 경찰은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 또한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경찰은 수사 초기에 이 씨의 남편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이 씨가 실종된 날 마지막으로 만났던 교수가 경찰 수사 때 남편이 숨겨둔 내연녀가 있다며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이 씨의 남편은 “내가 용의자로 지목됐다길래 황당해서 물어보니까 교수가 날 지목했다고 하더라”며 내연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 “해령이의 유서가 발견됐는데 그 유서를 발견해서 경찰에 준 것도 교수였다더라. 거기다 그 유서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는데 교수가 비밀번호도 맞췄다”며 “아무도 모르는 유서의 존재를 어떻게 교수가 혼자 알았는지, 거기다 비밀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교수는 “솔직히 유서를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기억은 안난다. 아마 해령이가 줬을 것이다”라며 “당시 다른 학생 A가 도와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교수가 거론한 학생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유서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저는 지금까지 언니가 타살됐다고 알고 있었다. 유서라니 대체 무슨 말이냐?”고 교수의 증언과 정반대의 말을 했다.
한편 이 씨가 믿고 따랐던 교수는 이 씨의 남편 뿐만 아니라 전 남자친구 역시 용의자로 지목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짜 대학생 흉내를 내며 헤어진 이 씨의 주변을 맴돌았던 것이 밝혀져 용의선상에 올랐던 전 남자친구는 “가짜 대학생 흉내를 내며 이미 헤어진 이 씨의 주변을 떠돈 건 헤어진 직후에 내가 더 잘됐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 씨의 전 남자친구는 알리바이가 확인되고 이 씨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유전자 대조 검사 결과 불일치 판정을 받으며 용의 선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남편에 이어 전 남자친구까지 용의자로 지목했던 교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또 있었다.
이 씨가 실종된 날 저녁에 교수가 이 씨의 남편과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 씨의 행방에 대해 질문을 했던 것. 당시에는 이 씨가 실종됐다는 것조차 모를 때였기에 남편과 전 남자친구에게까지 전화를 해 이 씨의 행방을 물을 이유가 없었다.
이에 대해 교수는 “이 씨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문자에 답변이 없으니까 내가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씨가 실종되던 날 교수는 저녁 7시에 대학교를 나서 7시 15분 경 교수단 회식이 열리는 중식당에 도착했다고 증언했다. 교수가 회식에 참석했다는 알리바이는 당시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교수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렸다. 교수단이 회식을 했던 중식당의 직원은 교수가 7시 15분이 아닌 회식이 시작된 7시 30분보다도 3~40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고 증언했기 때문.
경찰은 증언이 엇갈리는 교수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교수가 이 씨와 내연 관계였다고 증언한 것이었다.
당시 경찰이 교수에게 피해자에게서 범인의 DNA가 발견됐다고 말하자 교수는 사실 자신과 피해자가 내연관계여서 자신의 DNA가 발견될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교수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고 결국 교수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은 당시 이해령 씨와 연관이 있는 400여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DNA를 채취해 검사를 했으나 결국 DNA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고 이해령씨 피살사건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날 MC 김상중은 과연 이 씨의 가슴팍에서 발견된 타액이 정말 범인의 것이 맞는지, 처음부터 그 흔적을 범인의 것이라고 단정지어 오히려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