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5년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재조명했다.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5년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명했다.

2005년 6월 9일을 마지막으로 실종된 이해령 씨는 일주일 뒤인 16일, 청소업체 전단지 아르바이트생 김씨에 의해 서울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씨가 실종된 9일 이씨는 동생의 결혼식에 쓸 한복을 챙기기 위해 오전 11시 한복집을 방문했다. 이후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친하게 지냈던 대학교의 교수를 만났고 오후 2시 쯤 교수와 헤어진 직후 근처 은행으로 향했다. 2시 23분께 은행을 나와 지하철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끝으로 이 씨의 행적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씨의 부검결과 이 씨의 간에서 확인된 알콜농도는 0.14%로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씨의 위에서는 식사를 한 흔적이 발견돼 사망 직전 누군가와 저녁 식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 씨의 주변인들은 이 씨가 그렇게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이 씨의 학교 후배는 “언니는 절대 그렇게 마시지 않는다. 흐트러진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부검 당시 경찰은 이 씨의 가슴 위에서 이 씨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타액을 발견하고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DNA 또한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경찰은 해당 DNA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이 씨와 관계가 있는 주변 인물 400여명에 대해 DNA조사를 벌였으나 결국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수사 초기에 이 씨의 남편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이 씨가 실종된 날 마지막으로 만났던 교수가 경찰 수사 때 남편이 숨겨둔 내연녀가 있다며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이 씨의 남편은 “해령이의 유서가 발견됐는데 그 유서를 발견해서 경찰에 준 것도 교수였다더라. 거기다 그 유서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는데 교수가 비밀번호도 맞췄다”며 “아무도 모르는 유서의 존재를 어떻게 교수가 혼자 알았는지, 거기다 비밀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오히려 교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교수가 이혼할 처지라고 해령이가 말했다. 교수가 따로 살 집을 구한다고 해서 해령이가 도와주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교수는 “솔직히 유서를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기억은 안난다. 아마 해령이가 줬을 것이다”라며 “당시 다른 학생이 도와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교수가 거론한 학생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유서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저는 지금까지 언니가 타살됐다고 알고 있었다. 유서라니 대체 무슨 말이냐?”고 말해 교수의 증언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수의 증언에서 맞지 않는 부분은 또 있었다.

이 씨가 실종되던 날 교수는 저녁 7시에 대학교를 나서 7시 15분 경 교수단 회식이 열리는 중식당에 도착했다고 증언했다. 교수가 회식에 참석했던 사실은 당시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교수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렸다. 교수단이 회식을 했던 중식당의 직원이 교수가 회식이 시작된 7시 30분보다도 3~40분 이상 더 늦게 도착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서 소속의 프로파일러였던 배상훈 교수는 “종업원이랑 교수가 말하는 도착 시간이 다르다”며 “대학 택시타고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5분이면 간다”고 말했다.

경찰은 증언이 엇갈리는 교수에 대한 수사도 벌였고 교수는 피해자에게서 DNA가 검출됐다는 말에 피해자와 자신이 사실 교수와 학생 이상의 관계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교수는 “갔는데 DNA가 발견됐다길래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숨길수가 없다고 생각해 증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교수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날 MC 김상중은 과연 이 씨의 가슴팍에서 발견된 타액이 정말 범인의 것이 맞는지, 처음부터 그 흔적을 범인의 것이라고 단정지어 오히려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타액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애쉬워스’라는 글자가 적혀진 단추였다.

애쉬워스는 미국의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로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국내에서도 판매가 되던 브랜드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애쉬워스 옷은 주로 30대~50대의 연령대가 많이 찾는다. 당시에는 일반 기성복처럼 입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나왔다”며 “셔츠가 10만원대 할 정도였으니까 당시로 치면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의류 쪽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날 방송에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추에는 구멍이 2개 뿐이다. 보통 의복에는 구멍이 4개인 단추가 쓰인다”며 “단추 구멍이 2개뿐인 옷은 얇은 여름용 정장 소매 단추거나 아니면 여성 바지 뒷주머니 단추이다”라고 전했다.

이해령 씨에게서 발견된 타액 외에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단추를 두고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단추만이 가장 유력하게 가공되지 않은 증거로 보인다. 의도치 않게, 범인에게서 남겨진 유일한 증거일 것이다”고 말했다.

고가의 애쉬워스 옷을 입고 미입주 아파트를 이해령씨와 함께 방문해 단추를 떨어트린 채 현장을 빠져나간 남성은 과연 누구일까?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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