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까지만 동포 인정…성년 된 4세대 ‘추방·3개월마다 이산가족’ 기로

▲ 고려인동포 특별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 [김경협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자녀들이 재외동포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불안정한 체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인 동포 3세인 부모를 따라 이주한 자녀들은 국내에서 태어났더라도 성년이 되면 외국인으로 분류돼 본국으로 떠나야 하거나 3개월마다 관광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고려인 동포 4천여명이 살고 있는 광주에만 이러한 ‘고려인 4세’ 자녀들이 4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인 3세인 김알렉산드라(56·여)는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보상해달라는 것도, 국적이나 영주권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딸과 함께 안심하고 한국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5년 전 동포취업방문비자(H-2)로 국내에 들어왔고, 지난해 초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딸(22)이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러나 고려인 재외동포비자(F4)를 동포 3세까지로만 제한하는 재외동포법 시행령에 따라 김씨의 딸은 3개월짜리 동포방문비자(C-3-8)를 발급받았다.

김씨는 “다른 국가는 한국주재 대사관에서 비자를 갱신해 주기도 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는 자국에 돌아와야만 해 딸이 3개월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국했다가 돌아오는 이상한 여행을 벌써 6차례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나 역시 3년짜리 비자와 여권 기간 만기로 지난 5년간 두 차례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와야 했지만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어린 딸이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지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실제 재외동포법뿐 아니라 ‘고려인 특별법’도 적용 대상을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자’로 규정해 국내 체류 고려인은 제외된 상황이다.

고려인 4세들은 미성년 시절부터 부모와 동반 입국해 한국에서 살았거나 국내에서 태어났더라도 가족 동반비자(F1) 자격이 끝나는 만 19세가 되면 신분이 불안정해진다.

대학 진학으로 동반비자 자격을 연장하거나 결혼 등으로 새로운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하면 국내에서 취업해 살아갈 방법이 막막해진다.

3개월마다 중앙아시아에 다녀와야 하고 국내에 주소지를 등록할 수도 없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다.

최근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의 자체 조사 결과 광주에 거주하는 고려인 중 김씨의 딸과 같은 처지의 4∼5세 자녀들은 400여명에 달하며 성인이 돼 당장 체류 자격에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도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6월 ‘고려인 특별법’ 적용 대상을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고려인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2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점, 선, 면 유랑의 역사 15,000㎞’라는 제목의 학술회의를 열어 한국의 이민정책과 고려인의 법적 지위 등을 토론하고 이들을 끌어안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 서치원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 제도개선단장, 홍인화 고려인마을 상임이사, 김승력 고려인지원단체 너머 이사, 임영상 한국외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이날 오후 8시에는 예술극장 야외무대에서 ‘나는 고려인이다’라는 제목의 특별 공연이 마련된다.

이천영 고려인협동조합 이사장은 “고려인 동포는 중국 동포보다 한국어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해 장기 취업, 국가자격등 취득 등을 통해 재외동포(F4) 비자를 얻기도 어렵다”며 “이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해외동포법 시행령을 각국 동포 실정에 맞게 수정해 또다시 유랑민으로 떠돌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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