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헛바퀴를 돌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회사측이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상 최종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일단 강하게 반발했지만 협상 장기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섭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다.

회사측은 이번 협상의 최대 이슈였던 기본급 20% 반납을 철회했다. 대신 유휴인력 문제해결을 위해 내달부터 휴직 교육 등에 들어간다. 2016년 임금은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인상), 성과금 230%, 노사 화합 격려금 100%+150만원을 제시했다. 전체 상여금 800% 가운데 300%를 매월 25%씩 나눠 지급하는 안도 내놨다. 올해 임금도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정액 인상), 격려금 100%+100만원을 제시했다. 노사의 관심사인 임금만 보면 노조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영실적이 훨씬 나은 그룹 조선 계열사와는 동일한 규모다.

노조는 “누더기 제시안”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다수 조합원들은 2년째 끌어온 협상에 피로감을 보이며 조기타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기본급 20% 반납이 경영 호전시 환급해준다는 조건이었음에도 대책없이 반대하는 바람에 고용불안을 가중시킨 결과가 된 것도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 들면 호전될 줄 알았던 시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노조의 선택지를 좁게 하고 있다. 올해 수주는 19척으로 지난해 전체 24척에 비하면 늘었지만 예년의 절반수준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주도해온 초대형 컨선도 중국에 뺏겼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 잔량은 65척 뿐이다. 지난해의 71.4% 수준이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사업은 2014년 11월 이후 신규 수주가 전무하다. 이번 달이 지나면 아랍에미리트(UAE)의 나르스 공사 1기만 남게 된다.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노사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휴직을 시행했다. 현대미포조선은 노사가 유휴인력 해소에 대해 논의중이다. 동종업계인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등도 급여 반납과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노동자협의회에 급여반납과 휴직을 제안했다. 현대중공업만 예외일 수가 없다. 회사의 위기 극복을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오랫동안 고임금의 혜택을 누린 대기업 노조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명분을 중시하는 대기업 노조라면 회사 살리기를 위한 고통분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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