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

필리핀에서 어린 생명도 앗아가는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법치 실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히려 국민에게 법치 존중을 요구했다.

28일 필리핀 대통령궁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국가 영웅의 날’ 기념 메시지를 통해 “법치를 유지하며 국가를 보호하고 서로 간 우호를 증진함으로써 국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하자”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잠재력 성취를 방해하는 불법과 범죄, 빈곤에 맞서 계속 싸우자”고 강조했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마약 단속 경찰의 고교생 사살로 마약 유혈소탕전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6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의 장례식은 마약용의자 즉결처형 반대 시위로 변했다.

산토스는 지난 16일 마약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사살됐다.

경찰은 산토스가 단속팀에 총격을 가해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지만, 목격자들의 증언과 부검 결과를 종합할 때 경찰의 일방적인 총격으로 드러났다.

▲ 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약 단속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10대 장례식의 참가자들이 즉결처형 중단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파블로 데이비드 주교는 산토스 장례 미사에서 정부 당국에 살인을 멈추고 치유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유엔 즉결처형 특별보고관은 트위터를 통해 산토스의 죽음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유혈 마약 전쟁에서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며 산토스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500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다.

자경단이나 괴한 등의 총에 맞아 숨진 마약사범을 포함하면 사망자가 총 1만 명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은 경찰의 마약용의자 즉결처형과 관련, “초법적 사살이라기보다는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궁 대변인은 “법 집행 관료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지 않겠다”며 “두테르테 대통령 아래의 사법 시스템을 신뢰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누군가 죽었다면 유감이지만 부수적 피해”라며 마약 유혈소탕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법무장관과 경찰청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 무고한 인명피해가 줄어들지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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