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줄었는데 임무량 그대로…“北도발에도 항시 대응, 일주일에 108시간 근무”

▲ 美이지스함,싱가포르 인근서 상선과 충돌.

미 해군의 첨단 함정인 이지스함이 두 달 새 두 차례나 민간 선박과 충돌사고를 낸 것을 두고 원인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에는 승조원들의 피로도에 무게를 두는 보도가 나왔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장교들의 증언을 빌어 미 해군이 열악한 환경에서 강도 높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승조원들은 만성 수면부족과 피로에 시달렸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해군 장교들은 전보다 함정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같은 강도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훈련 시간도 줄고 수면부족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의 지원으로 2015년 발간된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해군 함정의 수는 약 20% 줄었다.

반면 함정이 배치되는 시간이 변함이 없다.

특히 작전 부담은 주로 제7함대에 집중됐다.

지난 6월 민간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했던 피츠제럴드함에 근무하다 2016년 대위로 전역한 로버트 맥폴은 NYT에 “함정은 항상 바다에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때나,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든다고 할 때도 함정은 항상 항해 중이었다.

기본적으로 밤낮 구분이 없는 근무체제이다 보니 피곤할 때는 실수도 일어난다는 얘기다.

▲ 美이지스함,싱가포르 인근서 상선과 충돌.

서태평양 근무 경력이 있는 케빈 아이어 예비역 해군 대위도 “함정이 몇 없었기 때문에 작전 요구사항은 엄청나게 많았다”고 말했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도 2015년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제7함대처럼 해외에 모항을 둔 함대의 임무수행 시간이 길어 유지보수, 훈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기지에 있는 함정은 배치 전 충분히 훈련을 받지만, 해외에 주둔하는 함정들은 수리 등의 시간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바다에서 여러 임무를 수행하느라 ‘곡예’를 부린다는 것이다.

특히 함정을 이끄는 이는 25세 미만의 젊은 지휘관이다.

지휘관 자격시험은 통과했지만, 경험은 부족하다.

미 해군은 신임 장교에게 하던 6개월간의 집중 훈련을 2003년 중단시켰다.

대신 곧바로 실전 배치, 업무를 배우도록 했다.

지난해까지는 신임 장교의 14주간 교육과정에 첫 항해를 끼워 넣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너무 바빠 이들을 교육할 시간은 별로 없다는 게 전·현직 장교들의 증언이다.

수면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미 해군 함정들은 전통적으로 5시간 경계 임무 후 10시간 휴식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휴식기 중에도 종종 일상적 임무를 해야 한다.

여기에 당직사관들은 3일에 한 번씩 20시간씩 임무를 서야 한다.

수면시간이라도 훈련, 재급유 작전이 있을 땐 몇 시간씩 깨어있어야 하므로 제대로 잘 수가 없다.

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승조원들이 주당 근무시간에 108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모항을 둔 해군 장교라고 밝힌 네티즌은 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하루에 평균 3시간씩 잤다”며 피로누적과 수면부족 등으로 일어난 사고를 목격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지난 22일 싱가포르 창이항에서 기자회견하는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다만 공식적으로 미 해군은 이러한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승조원들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며 승조원의 피로 누적이 사고 원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다음달 해군 지휘부를 불러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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