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잘못만 탓하지 말고
남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
나부터 잘 하려는 자세 가져야

▲ 김훈 경주 전통한옥학교장

어수선하고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방향타를 어디로 고정하고 나아가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이러한 때에 연꽃이 내포한 10가지의 의미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첫째 의미는 이제염오(離諸染汚)이다. 비록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부해지지 않는 고고함으로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쉽사리 물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두 번째 의미는 불여악구(不與惡俱)이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지듯이, 연꽃잎 위에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듯이, 아무리 악한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자신만의 튼튼하고 선한 멘탈을 지닌다는 뜻이다.

세 번째 의미는 계향충만(戒香充滿) 이다.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가 사라지고 은은한 향기가 가득하듯이 고결한 인품의 그윽한 향이 사회를 정화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향기로 스며든다는 뜻이다.

네 번째 의미는 본체청정(本體淸淨)이다. 어떤 곳에 있어도 늘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하는 연꽃과 같이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처럼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하였음을 뜻한다.

다섯 번째 의미는 면상희이(面相喜怡)이다. 둥글고 원만한 연꽃의 형상을 보고 있으면 이를 보는 우리의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지듯이 얼굴이 원만하고 항상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이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은 옆에서 보기만 해도 화평해진다는 뜻이다.

여섯 번째 의미는 유연불삽(柔軟不澁)이다. 연꽃의 줄기가 부드럽고 유연하여 바람이나 충격에 쉽사리 부러지지 않듯이 자신을 지키고 살면서도 외부와의 소통에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태도를 지키는 것을 뜻한다.

일곱 번째 의미는 견자개길(見者皆吉)이다. 연꽃을 꿈에 보면 이를 길몽이라 하듯이 실제로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닌다면 그 기운이 더 충만해 지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함께 했을 때 연꽃처럼 맑은 기운을 풍기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또 얼마나 큰 축복이겠는가.

여덟 번째 의미는 개부구족(開敷具足)이다. 연꽃이 피면 종국에는 열매를 맺듯이, 이로 인해 그 안에 든 좋은 씨앗이 또 다른 이로움을 확대 재생산하듯이 마음을 비우고 정성을 다한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이어가는 밑거름이 된다는 뜻이다.

아홉 번째 의미는 성숙청정(成熟淸淨)이다. 만개했을 때의 색깔 고운 연꽃처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맑고 포근해지는 인품을 뜻한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은연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진다.

열 번째는 생기유상(生己有想)이다. 연꽃이 넓은 잎에 긴대의 형태로 굳이 꽃이 피지 않아도 연꽃인지 확인되듯이 어느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 있는 사람의 모습을 말한다.

장미와 찔레, 백합과 나리는 꽃이 피어야 비로소 구분되지만 연꽃은 줄기와 잎만으로도 충분히 연꽃임을 확연히 유추해 낼 수 있듯이 몇 마디 말과 모습만으로 아름답게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앞에서 말한 연꽃의 10가지 의미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자칫 한가지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 것은 이러한 고고한 의미를, 태도를 상대방에게만 요구할 뿐 정작 본인은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리더의 가장 큰 덕목으로 ‘남에게는 관용을, 자신에겐 가혹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가 되었을 때 사회는 우리에게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다. 남의 탓, 남의 말 하고 있을 틈이 없다. 모든 사람이 ‘나만 잘하면 된다’는 자세만 가져도 모든 사람이 잘 될 것이니 뭐가 문제 이겠는가. 우선 나부터 잘 하고 보자.

김훈 경주 전통한옥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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