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춘 울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우리나라는 UN에서 부여한 ‘마약청정국’이라고 한다. 인구 10만 명 당 마약사범 20명의 상한선을 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하지만 지난해 그 상한선(1만2000명)을 넘어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해마다 마약사범이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에서 비중 있게 보도하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마약청정국의 지위가 위태로운 실정이니 대책을 세우라며 질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UN에서는 우리나라에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부여했을까? 매년 세계마약 보고서를 발행하는 국제기구인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서는 ‘우리나라에 마약청정국 지위를 부여한 사실뿐 만 아니라 상한선을 정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홈페이지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또한 우리나라 마약을 관리하는 식약처에서도 마약청정국 지위와 상한선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럼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짐작건대 우리나라는 70~80년대 마약 오명국이라 할 만큼 마약의 제조가 심각한 상태였으나 90년대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대대적인 단속으로 청정국의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런 단속의 결과가 국제마약회의에도 보고되어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약청정국 이미지로 바뀌면서 와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마약사범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다. 지난해 마약으로 단속된 사범이 1만4214명으로 전년도 보다 20% 가까이 증가하였다. 12년부터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범죄가 줄어드는 데 비해 마약 범죄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마약을 단속 하는 책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이유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마약사범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다가 마약사범은 재판에서 감형이나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윗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통계수치를 늘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또한 마약수사기관의 강력한 단속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마약사범은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그 원인은 환각의 유혹과 중독에 쉽게 빠지고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예방과 재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런 유혹과 중독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인터넷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암호화된 웹사이트 일명 ‘딥웹(deep web)’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마약거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홈쇼핑에서 마음대로 필요한 물건을 골라 결제하듯 마약거래가 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딥웹(deep web)’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청소년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소년법 상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과 같은 단계별 선도 프로그램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연예인 마약은 청소년들에게 모방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들 연예인에 대한 영구적인 방송출연 금지 등의 방법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겠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는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위안 삼으며 정작 적극적인 마약퇴치에는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박정춘 울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