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김남훈 유니스트 교수·3D프린팅첨단생산기술연구센터장

▲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자전거를 탄 김남훈 유니스트 교수가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자동차 부품을 들고 ‘3D프린팅과 울산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3D프린팅산업, 연 2~3배로 급성장중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 4% 불과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울산에 ‘국립3D프린팅연구원’약속
지역 3대 주력산업에 적용 용이
타이밍에 맞게 빠른시일내 설립돼야

UNIST 연구·개발역량 국내 최고수준
자동차·항공·조선에 응용되는
DFAM 기술로 전기자전거 제작도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에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을 약속했다. 대선공약이다. 전문가들은 3D프린팅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생명공학기술 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로 꼽는다. 3D프린팅 산업은 울산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3D프린팅첨단생산기술연구센터장인 김남훈(41) 유니스트 교수는 3D프린팅산업이 기존 3대 주력산업의 고도화는 물론 제4주력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3D프린팅산업의 현황과 가능성을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아직 3D프린팅산업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3D프린팅을 쉽게 설명하면.

“3D프린팅산업이 우리나라에 알려진지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그 역사를 보면 30여년 남짓이다. 세계시장에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제조업을 살려야 하고 그 원동력으로 3D프린팅산업을 꼽으면서부터다. 3D프린팅은 플라스틱 등의 경화성 소재를 점진적으로 쌓아나가는 적층(AM·Additive Manufacturing) 기술로 프린트를 해내는 것을 말한다. 종이에 잉크로 글자를 인쇄하는 2차원의 프린팅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 쉽게 말해 프린트로 입체적인 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3D프린팅산업이 세계적 수준보다 많이 뒤처져 있는 건가.

“세계 3D프린팅산업 시장은 2017년 88억달러(10조원) 규모다. 아직은 비중이 적다. 하지만 발전 속도는 엄청나다. 5년전 만해도 1000억 가량밖에 안됐다. 연 2~3배로 팽창하고 있다. 2019년 예상은 158억달러(20조원)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미국 40%, 독일 11%, 일본 8%, 중국 7% 순이다. 세계시장은 기계, 항공·우주, 자동차, 소비재, 의료·바이오 등으로 3D프린팅의 활용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3D프린팅 분야의 우리나라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3D프린팅 분야 연구자가 많지 않다. 그것도 레이저, 파우더, 열응력 등의 단편적 기술 분야에 치우쳐 있다. 3D프린팅은 3차원 형상을 직접 가공하는 장비 뿐 아니라 관련 소재와 SW 및 서비스 시장 등을 총칭한다. 이들은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 그 중 가장 선도적인 분야가 SW인데 우리나라가 가장 약한 부문이다.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이라는 대선공약이 산업수도 울산의 규모에 비해 너무 미미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다.

“다른 도시에 가서 울산에서 왔다고 하면 부자도시에서 왔다고 밥을 사라는 말을 듣는다. 울산은 그동안 제조업 융성의 과실을 누렸다. 문제는 과실이 예전만큼 많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런데 당장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대선공약으로 받았다면 아마도 오래갈 수 없을 것이다. 3D프린팅은 열매가 아니라 과일나무의 씨앗이다. 물과 거름을 열심히 주면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 중심적, 혁신적 역할을 국립3D프린팅연구원이 할 것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빠른 시일 내 설립돼야 한다.”

-3D프린팅첨단생산기술연구센터를 두고 있는 유니스트의 연구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도전자의 위치에 있지만 국내에서는 연구·개발 역량에 있어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항공, 조선 등에 응용되는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 기반 3D프린팅 분야(세계 1위기업인 벨기에 Materialise사와 연구협력 MOU 체결), 탄소 복합소재 등을 이용한 3D프린팅용 소재 기술(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유치),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바이오 3D프린팅 분야(포스텍과 공동)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부한다. 특히 울산지역의 산업기반을 고려해 자동차 협력업체와 함께 R&D를 진행해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3D프린팅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는 것 같다. 특히 DFAM은 산업계의 기술트렌드가 될 것인가.

“디자인, 설계, 제조 분야에서 3D프린팅 기술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경이롭다. 우선 아이디어에서 제품생산까지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단축된다. 디자인과 설계의 관점도 180도 달라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 디자인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최적 설계를 통한 경량·고강성 구조의 구현도 가능하다. 복잡한 형태의 제품도 복잡한 조립과정 없이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다. 복합소재도 동시 적용된다. 이것이 기존의 설계와 제조과정에서 마주치는 공정상의 제약들을 극복하는 해법을 제공하는 DFAM이라는 새로운 기술이다. DFAM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벌써 DFAM으로 제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건가.

“자동차 주문제작사인 로컬모터스는 3D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마음대로 구현하면서 일주일 만에 차량 한대를 만들어 낸다. 유니스트에서도 일반인들에게 3D프린팅산업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전기자전거를 제작해 교내에서 타고 다닌다. 일반자전거와는 프레임 구조가 완전 다르다. 위상체적설계기법을 적용, 하중이나 충격을 최소한의 소재로 가장 잘 견딜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30~40% 가볍다. 지역인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먹히는 스토리가 완성될 것이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의 고도화는 물론이고 제4주력산업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가.

“아직은 시장이 크지는 않다. 선점을 목표로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본 국내업체가 많다. 기술개발을 하고 활용하는 소비시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은 그런 면에서 화학·조선·자동차 산업이 모두 3D프린팅을 필요로 한다. 화학은 소재, 자동차와 조선은 협력업체들의 부품생산에 적용하기가 용이하다. 농사를 지으려면 기후와 토양이 맞아야 한다. 3D프린팅이 새로운 농작물이라면 울산은 기후·토양이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5년, 10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제4 주력산업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울산에 대한 애정이 크고, 미래 먹거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고향은 부산이다. 2010년 7월부터 울산에서 살고 있다. 집은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다. 고향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생활 환경이 좋다. 울산이 영원한 제조업의 수도가 되기를 희망하며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 아이들이 9, 4살인데, 지금은 울산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 교육문제가 고민이 될 것 같다. 교육환경이 더 좋아졌으면 한다.” 논설실장

▲ 김남훈 유니스트 교수·3D프린팅첨단생산기술연구센터장

▶김남훈 교수는

KAIST에서 기계공학 학사(1998년)·석사(2000년)를 마쳤다. 미국 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산업공학 박사(2010년)를 취득했다. 삼성코닝(주) 선임연구원(2000~2005년)을 거쳐 UNIST 디자인및인간공학부 조교수(2010~2016년)로 부임했다. 디자인과 생산분야의 융합을 연구하다가 2011년 레이저로 기능성소재를 만드는 3D프린터가 유니스트에 도입되면서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부교수(2016년~현재)로 옮겼다. 3D프린팅첨단생산기술연구센터장(2015년~현재)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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