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셰퍼드’, 일본 자금·기술력 앞에 12년 활동 접기로

▲ 일본 포경선 측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시 셰퍼드' 배에 물을 뿌리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거친 바다에서 12년간 지속해온 국제 고래보호단체의 일본 포경선 추적 및 활동 저지 작업이 중단된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첨단 군사기술로 무장한 일본 포경선들의 활동에 속수무책임을 인정하고 물러서기로 한 것이다.

국제 해양생물 보호단체 ‘시 셰퍼드’(Sea Shepherd)는 매년 남극해에서 일본 포경선과 대치하며 고래잡이를 저지해오던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이 단체 설립자인 폴 왓슨은 성명에서 “일본은 남극해의 고래잡이 구역을 배로 늘리고 연간 고래 포획 수를 333마리로 줄였다”며 자신들로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 더 많은 구역을 쫓아다녀야 하는 고된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왓슨은 특히 일본 포경선이 위성을 통해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군사기술을 이용, 시 셰퍼드 선박의 움직임을 추적한다며 “그들이 우리 선박의 움직임을 매 순간 파악하고 있다면 우리를 쉽게 피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자신들로서는 자원을 더 동원할 수 없는 형편이고 덩달아 일본 포경선 추적에 성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왓슨은 또 일본 포경선은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 등 각종 지원을 받지만 시 셰퍼드로서는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 정부와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호주 정부가 겉으로는 일본의 포경에 강하게 반대하면서도 시 셰퍼드 기부에는 세금 혜택을 주지 않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왓슨은 그러나 “남극해 고래 보호구역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불법 포경활동을 차단할 역량과 함께 재원과 기술을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10여 년에 걸친 시 셰퍼드의 추적이 중단돼 일본 포경선은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감시하고 증거로 남기는 단체 없이 “과학 목적의” 고래잡이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 일본 포경선 위의 밍크고래들.

시 셰퍼드 측은 지난해에는 첨단 신형 감시선을 마련하며 포경 차단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으나 일본의 경제력과 기술력 앞에 두 손을 든 셈이다.

일본은 2014년 3월 연구를 구실로 한 상업적 목적의 고래잡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이 나오자 이를 중단하다가 2015년 12월 순수 연구목적이라며 포경을 재개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일본은 연구목적으로 연간 300여 마리씩 앞으로 12년간 약 4000마리의 고래를 잡을 계획이지만, 일부에서는 결국 상업적 포경을 재개하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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