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영양

▲ 정태흠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반년 전보다 몸무게 3㎏ 이상 줄면
병원 찾아 몸 이상 있는지 확인해야
노인들 만성적 수분부족 상태 많아
목 안 말라도 습관적으로 물 마시고
채소·과일 먹기도 수분보충에 도움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더 섭취해야

가을을 앞두고 있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먹는 음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입맛을 잃게 되는 노인들은 대개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먹기 보다는 겨우 끼니만 때우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삶을 위한 노인의 영양에 대해 정태흠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의 전문의와 알아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가 뭔가요?

“보통 노인 분들은 식욕이 옛날만 못해서 드시는 양이 줄어들게 되고, 치아가 안 좋다거나 위장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즉 음식을 잘 못 드시거나 먹은 음식의 소화 흡수가 예전에 비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질병 때문에 약을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때문에도 영양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혼자 사시는 경우 끼니를 잘 못 챙겨 드셔서 영양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영양 부족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일단 몸무게의 변화를 보는 게 좋다. 6개월 전보다 1~2㎏ 줄었다면 영양상태가 괜찮은지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특히 3㎏ 이상 몸무게가 줄었다면 병원에 가서 혹시 다른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음식을 먹으면 속이 메스껍고 토한다거나, 설사를 하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증상이 지속된다면 영양부족을 의심해봐야 한다.

­노인들이 부족하기 쉬운 영양성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중 단백질은 근육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 때문에 근육의 힘이 약해지기 쉬운 노인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단백질은 식물성과 동물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적게 먹고, 밥이나 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밥이나 면 종류는 조금 줄이고, 불고기나 수육, 저지방 우유, 계란, 생선, 해산물 등을 되도록 더 섭취하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하루 3끼 식사를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 영양제 보충이 음식섭취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체중에 변화가 없고, 소화도 잘 되는 분들의 경우 꼭 영양제를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몸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들을 합성해서 만든 것이 영양제인데, 음식 섭취를 통해서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여건상 식사를 통해서 충분한 영양섭취가 어려운 경우 영양제로 보충하는 것은 권할 만 하다.”

­수분 섭취도 노인들의 영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나요?

“물론이다. 물은 우리 몸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우리가 먹은 영양소들은 모두 물을 통해서 소화 및 운반, 흡수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체내에 수분이 충분해야 건강할 수 있기 때문에 6대 영양소라고도 한다. 그런데 노인들은 만성적으로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물을 마시도록 해야 한다.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도 물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다. 채소와 과일은 90%가 물로 되어있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반대로 술이나 커피는 소변을 통해 우리 몸에서 물과 함께 비타민, 미네랄을 많이 빠져나가게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최근 건강식품을 많이들 먹는데 노인 영양에 도움이 되나요?

“흔히 건강기능식품이라고들 하는데,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효과가 확실하게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건강식품을 먹고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 때문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 환자들 중에서 처방된 약은 먹지 않고 건강식품만 먹는 경우가 있는데 위험한 일이다. 약과 같이 먹을 때도 식품이 약의 효과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건강식품이나 몸에 좋다는 약제를 복용하고 싶다면 최소한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먼저 부모님이 살이 빠지신 건 아닌지 식사를 잘하시는지를 살펴야 한다. 치아에 문제가 있거나 소화기능이 나쁘시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또 식사를 챙겨 드시기 어려운 경우 밑반찬을 마련해 드리거나, 쉽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고싶은 이유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입맛이 없어지는 것은 우울증의 흔한 증상이고 외로움은 우울증의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즐거울 수 있도록 자주 연락드리고, 식사도 함께하는 등 어른들께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영양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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