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즐거운 독서습관 기르는
울산교육청의 ‘책읽는데이’사업
능동적 독서문화 향상 기대해본다

▲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경제학박사

8월의 끝자락에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낮 기온이 35℃를 오르내리니 다시 여름휴가라도 떠나야할 판이다. 해마다 도심이 텅비는 7말, 8초가 되면 숨막히는 교통체증과 온갖 쓰레기와 악취로 몸살을 앓는 계곡과 바닷가의 모습은 우리네 여름휴가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먹을 것, 입을 것 바리바리 사들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공항대합실의 광경도 빠지지 않고 뉴스의 한 장면을 차지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 대목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의 먹자, 마시자 휴가문화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휴가가는 길에 짬짬이 지루한 시간도 보내고 좀 조용히 쉬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쯤은 갖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이왕이면 공항이나 터미널 같은데서 손때 묻은 포켓북을 열독하면서 기다리는 외국인들처럼 폼나게 말이다.

이제 우리의 독서문화도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천고마비의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독후감을 써내야했고 또 엄중한 평가가 뒤따랐기 때문에 독서는 곧 하기 싫은 숙제에 다름 아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뜻을 음미하면서 읽기 보다는 수박 겉핥기씩으로 읽고 좋은 단락 베껴서 짜깁기하기 급급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제목은 알겠는데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명작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TV의 다양한 채널은 물론 PC,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기반으로 한 매체들이 책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되다 보니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검증되지 않고 왜곡된 정보에 근거한 지식의 오류와 편향,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면서 불신과 불만을 조장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의 손에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좋은 책을 들려줄 때가 되었다. 종이냄새, 잉크냄새 나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공감하고 고뇌하며 되새김질할 때만이 자기의 생각과 가치관이 정립되고 변화적응의 힘이 생기게 된다. 이 단계를 거쳐야 청소년들이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의 성장이 가능하다. ‘Change your word, change your world’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려서 풍부한 독서를 통해 표현방식을 정제하고 어휘력을 키우면 나중에 커서 올바른 소통도 가능해지고 선택의 폭도 훨씬 더 넓어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다행스럽게 울산교육청에서는 올해 초부터 ‘울산학생 책읽는데이’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즐거운 책읽기로 창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관내 전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이 사업은 단순히 책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토론하고 글도 쓰는 능동적 독서문화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고, 하버드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고 했다. 만약 여러분이 자식들에게 딱 한 가지만 물려줘야 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지금부터라도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답을 고쳐 준비하자. 큰 돈 안들이는데다 멋지기도 하지 않는가.

울산시민이 독서문화 확산에 앞장서면 울산의 청소년들이 바르게 자라고, 산업문화 융합의 미래창조도시 울산을 더 앞당길 수 있다. 그래서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내일부터 동네 도서관이나 출퇴근, 등하교 버스에서 책 읽는 시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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