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억 유니스트 상임감사

얼마전 우리는 또 하나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 한 버스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에서 다중 추돌 사고를 초래하여 2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무 이유도 없이 졸음 운전자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가족까지 피해를 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안전 운전을 절대로 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년 전에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치는 등 지난해 하반기에만 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38건이 발생하였다.

봉평 터널사고 이후 정부는 운전기사들이 퇴근 후 8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는 여객법 시행령을 개정하였고, 국토부는 버스와 대형 화물차에 자동 경고장치를 장착해 사고를 막겠다는 대책을 마련하였다. 국토부는 국무회의에서 버스 등 대형사업용 차량의 LDWS 장착을 의무화하고 ‘교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LDWS는 장시간 피로운전에 시달리는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첨단 장치이다.

필자는 안전이란 문화라고 생각이 든다. 기술과 법만으로 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법을 준수하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만든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고 최첨단 과학기술 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옆에,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올 수 밖에 없다. 사고는 무조건 예방하여야 한다는 인식으로 안전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안전문화의 확립은 이제 사회와 국민 모두의 생활에서 필수가 되었다. 사고가 났을 때, 119구급대원과 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재난이 닥쳤을 때 소중한 가족과 친구, 동료의 목숨을 지킨다는 각오로 안전의식을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UNIST의 상임감사로 부임하며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을 통해 제일 먼저한 실시한 업무는 그 동안 사실상 사각지대로 놓여진 UNIST 실험실 안전점검과 식중독 등 위험이 있는 다중이 이용하는 학생식당 위생점검이었다. 안전이 무너지면 UNIST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UNIST에는 중요한 중요한 연구자료가 실험실과 각 부서에 있기 때문이다. UNIST에 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늘 강조하였다. 첫째, 안전에 한하여 모르는 건 약이 아니라 독이다. 둘째, 늘 관심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안전은 사람의 문제다.

미국의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에 의하면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으며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재해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 무덥던 여름도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 음주사고는 무관심과 방심은 물론 안전수칙 등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한번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생명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은 사고다. 모든 시민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재삼 인식하고 생활속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억 유니스트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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