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동백꽃 아가씨’라는 오페라가 화제다. 본래 동백꽃은 영어로 카멜리아(Camellia)라고 한다. 동백은 가을에 꽃봉오리가 맺혀서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을 피우지만 애기동백이란 동백꽃은 12월에 만개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동백꽃이 철이 없고 철도 모르는 꽃이라고도 한다.

한의 자료를 보면 동백꽃을 산다화(山茶花)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나무 도감(圖鑑)에 의하면 ‘겨울에도 푸르른 나무’라는 뜻에서 동백(冬柏)나무라고 불렸다고 한다. 동백은 꿀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한 겨울에 이 꿀을 먹기 위해 동박새가 날아들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동박낭’, 동박새를 ‘동박생이’라고 한다. 이 ‘동박’이 ‘동백’으로 변해 동백나무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동백꽃에는 슬픈 이야기 하나가 전해지고 있다. 고기잡이를 나간 사랑하는 남자가 돌아오지 않자 여자는 매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기다렸다.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결국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갔다. 그 여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갔던 바로 그 자리에서 동백꽃이 피어났다는 얘기이다. 그 어떤 꽃보다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의 꽃말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진실한 사랑 또는 고결한 사랑’이다.

그 애절함은 베르디가 작곡한 ‘La Traviata(춘희)’로 이어진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가 원작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세계 무대에 참 많이 공연된다. 파리 사교계 여왕 비올레타가 사랑하는 남자 알프레도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죽는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한 여인의 외로움이 비장하고 애절한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 서양 오페라를 국립오페라단이 평창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한국적 꽃말이 좋은 ‘동백꽃아가씨’로 번안해 지난 26~27일 야심차게 올림픽공원 잔디광장 무대에 올렸다. 한복과 민화, 전통 춤사위 등으로 한국적 코드를 입힌 화려한 오페라로 변신했다. ‘춘희’와 ‘동백아가씨’ 내용의 동질성이 진하여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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