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선사인의 비너스상, 울산에도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암리 여인상’.

한반도서 단 두점만 확인
생식과 출산 상징·기원
국립중앙박물관이 꼽은
우리 유물 100선에 포함

국립중앙박물관은 선사고대관 신석기실에서 흙으로 만든 조그마한 전시품이 한 점 소개했다. 너무 작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이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정도로 작고 초라하다. 왜 이렇게 볼품없는 것을 전시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그냥 흙덩이가 아니다. 분명 누군가의 손을 거쳐 인위적으로 만든 게 분명하다. 계속 바라보면 더욱 신기해 진다. 머리와 팔다리는 없지만, 봉곳이 솟은 가슴과 잘록한 허리, 풍성한 엉덩이, 영락없는 여성의 몸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이 조각은 ‘신암리 여인상’ ‘흙으로 빚은 여인상’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은 이 작은 조각을 ‘우리 유물 100선’에 포함시킬 정도로 소중하게 다룬다. 여인상은 울산광역시 서생면 신암리유적 제2지구에서 1974년 출토됐다. 그래서 ‘신암리 비너스상’으로도 불린다.

그렇다면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왜 이 여인상을 만든 것일까?

▲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구석기시대 후기부터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가슴, 아랫배, 엉덩이를 강조하여 아기를 임신한 여성을 표현한 조각품이 만들어졌다. 이들 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오스트리아 다뉴브강 출토)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 조각품들이 수렵채집사회에서 생식과 출산을 상징·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비너스’라면 팔등신의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인데 가슴과 아랫배, 엉덩이를 강조한 이러한 여인상을 비너스라 하면, 비너스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보이는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의 원래 모습을 이해한다면 왜 이 조각품들을 비너스라 일컫는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여인상은 울산 신암리유적과 함께 함북 청진 농포패총에서도 확인된다. 울산 세죽유적과 전남 완도의 패총에서도 각각 1점씩 출토되었으나 성별을 단정할 수 없다. 일본 조몽시대 초창기 토우 형태와도 유사하다. 신암리와 농포의 출토품만이 봉긋 솟은 가슴과 잘록한 허리의 표현을 통해 한눈에 봐도 여인상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정리=홍영진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및 <울산을 한권에 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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