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 1∼2선발 상대로 뽑아낸 홈런이 12개 중 9개

▲ 지난 8월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4회초 무사 상황에서 롯데 이대호가 솔로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 동료와 자축하고 있다.

전반기 ‘장타 가뭄’에 시달리던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가 후반기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이대호는 30일까지 후반기 37경기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 12개를 쏘아 올리고 31타점을 수확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kt), 윌린 로사리오(한화), 손아섭(롯데·이상 11개)을 제치고 후반기 홈런 1위다.

그것도 각 팀의 에이스만 골라서 때렸다.

마이클 보우덴(두산·2개), 양현종, 헥터 노에시(이상 KIA), 제프 맨쉽(NC), 제이크 브리검(넥센), 차우찬(LG), 메릴 켈리(SK), 백정현(삼성·이상 1개)이 이대호의 홈런 제물이 됐다.

홈런 12개 중 각 팀의 1~2선발을 상대로 쳐낸 홈런만 9개다.

나머지 3개는 김성민, 윤영삼(이상 넥센), 김성배(두산)를 상대로 뽑아냈다.

지난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두산 김성배를 상대로 뽑아낸 홈런 역시 순도 만점이었다.

이대호는 3-0으로 앞선 8회 초 2사 1루에서 김성배의 시속 128㎞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월 초대형 투런 아치를 그렸다.

두산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쐐기 투런포였다.

이대호의 홈런을 등에 업은 롯데는 두산을 5-2로 꺾고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대호는 올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0.330(12위), 29홈런(공동 4위), 94타점(5위)으로 강타자의 상징인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이 눈앞이다.

최다 안타 부문에서는 공동 4위(153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대호는 발이 느려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1루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장타율에서만 10위권에 들지 못했을 뿐, 나머지 타격 지표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올 시즌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다.

팬들은 프리에이전트(FA) 역대 최고 몸값인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그를 향해 “이대호가 롯데를 5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끌어 줄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4월 한 달간 이대호는 타율 0.409(88타수 36안타)으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고, 5월까지 홈런 11개를 치며 4번 타자이자 주장으로서 팀을 확실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6월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심판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에 시달리면서 타격감을 잃어갔다.

치솟는 것은 병살타 개수뿐이었다.

6월부터 하락세가 시작된 이대호는 7월 타율 0.259로 가장 저조한 한 달을 보냈다.

▲ 지난 8월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4회초 무사 상황에서 롯데 이대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양현종이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랬던 이대호는 8월 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이대호는 8월 타율 0.324에 다섯 차례 결승타를 쳐내며 팀이 바라는 해결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조원우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타석에서 뒤로 살짝 물러나 몸쪽 공에 대한 부담을 덜자 막힌 수도관이 터지듯 타격감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대호가 타선의 중심을 되찾고, 선발진과 계투진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롯데는 후반기 무서운 질주를 펼쳤다.

강팀들을 상대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에이스 킬러’ 이대호가 있다.

이제는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호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사라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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