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불운 교차, 인생의 축소판
수많은 함정과 뜻대로 되지않는 샷

▲ 김문식 울산항만물류협회장

골프장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값진 인생의 교습장이 될 수 있다. 우선 골프장에서는 공을 치기전 기본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준다. 그렉노민은 ‘골프는 치기 전에 자세가 결정한다’고 했다. 목표를 잘 정했는가? 골프채를 잘 잡았는가? 몸이 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를 하나하나 점검한다. 그리고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골프채를 올린다. 이어 다운스윙에 들어가기 직전에 숨을 잠시 멈추는 여유를 가진 다음 조금도 망설임없이 힘껏 휘둘러야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인생을 사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골프장에서는 또 겸손을 배운다. 골프장에서 단 한 홀만 쳐도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자기는 똑바로 친 줄 알았는데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골프장은 또 인생살이나 마찬가지로 평탄하지 않고 또 수많은 함정이 널려있다. 그런가하면 엉뚱하게 잘 맞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계속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 드라이브가 잘 맞을 때에는 세컨드 샷을 조심하라는 아놀더파머의 충고를 배우게 된다. 그것은 운이 좋다고 생각할 때 과욕을 부리지 말고 우쭐대지도 말라는 교훈이다.

골프는 겉멋만 부리는 쇼가 아니며 어쩌다 한 두개 드라이브샷이 멋지다고 해서 전체 스코어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골프 코스에서는 그런 우쭐함을 다음 등에서 여지없이 벌주기 마련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덧붙여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세컨드 샷을 생각하며 드라이브 샷을 치라는 잭니클라우스의 충고다. 공을 덮어놓고 멀리만 보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공을 어디에다 떨어뜨려야 다음샷을 치기 좋은가를 미리 계산해둬야 한다. 앞뒤 생각없이 덮어놓고 힘만 믿고 골프채를 휘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골프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또 있다. 런던 교외에 있는 서닝데일 골프클럽에는 추리소설로 유명한 아사가크리스틴의 친필 글이 남아있다. 이 유머의 게임이 인생을 매우 윤택하게 만든다. 골프장은 행운과 불운이 교차되는 희비애환에 찬 인생 축소판같다. 그런가하면 인간의 온갖 미덕과 악덕의 정직한 거울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모두 웃어넘길만한 유머감각이 있어야 한다. 어쩌다 좀 잘 맞았다고 우쭐되고 뜻대로 안맞았다며 역정을 내거나 풀이 죽거나 하기 시작하면 게임은 엉망이 된다. 골프는 또 정직, 미덕을 배운다. 골프에는 심판이 없다. 스코어 카드도 원래 자기가 적게 되어있다. 따라서 항상 속임수를 쓰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이런때의 감시자는 자신과 하늘밖에 없는 것이다. 골프처럼 정직을 배우고 양심을 키우는데 안성맞춤의 훈련장도 없다.

골프장에서는 또 페어플레이의 매너를 배운다. 브리티시오픈에서 1위를 하지 못했으면서도 위대한 국민적 영웅이자 존경을 받던 영국 출신의 에이브러미첼은 이렇게 말했다. 매너가 첫째, 스코어는 둘째. 이것이 골프에 있어서 헌법이다. 만약에 이 순서를 거꾸로 생각하고 멋대로 처신한다면 그는 법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다. 골프장 캐디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도 매너가 나쁘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좀 잘 맞기라도 하면 마냥 방자한 언동으로 다른 사람의 비위를 상하게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실수를 캐디 탓으로 돌리고 그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유명한 골프 코치는 “자기 못된 성미를 죽이지 못하는 한 우승자가 되지 못한다,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자만이 승리를 한다”고 했다. 이런 자제력은 골프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골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생 교훈은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라와 천천히 휘둘러라의 간단한 두 기본을 말한 것이지만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교훈은 그대로 인성이나 기업과 정치판에도 적용된다. 정도니 공생공존이니 상생협력이니 동반성장이니 말하기는 쉽지만 이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러나 눈에도 안보이고 어려우니까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골프는 이런 교훈들을 가르쳐준다.

김문식 울산항만물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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