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폭우에 잠긴 피해자 손, 나치식 인사하듯 풍자
도발적인 풍자 만평으로 유명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미국 텍사스 주(州)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이재민을 신나치로 표현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 잡지는 지난달 30일자(현지시간) 표지에 폭우로 물에 잠긴 ‘스와스티카’(卍) 문양의 깃발과 나치식 인사를 하는 듯 물속에서 밖으로 뻗은 손을 그린 그림을 실었다.
표지에는 “신은 존재한다! 그는 텍사스의 모든 신나치를 익사시켰다”는 문구가 함께 실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그림이 명백하게 텍사스 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텍사스 주에서 약 52.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최소 35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자연재해를 소재로 논란을 일으킬만한 시사만평을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보수성향 잡지 내셔널 리뷰의 필자 티아나 로우는 이 잡지의 표지를 두고 “사악하고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샤를리 에브도가 과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테러의 표적이 되었던 점을 의식해 “샤를리 에브도의 머저리들은 이 만평을 출판할 천부적 권리를 지니며 그 누구도 그들에게 총격을 가할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샤를리 에브도는 종종 정부나 특정 종교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담은 만평으로 논란을 불러왔으며, 특히 이슬람교가 주요 표적이 됐다.
이 잡지는 지난주에는 스페인 연쇄 테러를 다룬 만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샤를리 에브도는 당시 표지에서 승합차에 받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을 묘사하고 “이슬람교, 영원한 평화의 종교”라는 문구를 넣었다.
美 매체 폴리티코도 허리케인 이재민 소재 만평으로 도마
한편,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허리케인 피해로 실의에 빠진 텍사스 주민을 위선적인 사람들로 조롱한 만평을 게재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매트 워커가 그린 이 만평에는 텍사스 주 깃발 문양의 티셔츠를 입은 한 주민이 물에 잠긴 집 지붕 위에서 구조되고 있다.
지붕에는 ‘분리독립(secede)’이라고 적힌 텍사스 주 깃발이 붙어있다.
이 주민이 “신이 보내주신 천사!”라며 환호하자 구조대가 “음, 사실 정부가 보낸 해안 경비대인데…”라고 말하는 말풍선이 달렸다.
WP는 이 만평에 대해 “사람들이 여전히 구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조롱하다니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tone-deaf)”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