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근·연장근로 줄이고 일감 해외로 돌릴 가능성

▲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서 노조 일부 승소(CG)

 

한국GM, 통상임금때문에 2015년부터 근로시간 단축

법원이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앞으로 기아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 수준이 크게 뛰어 1억 원을 웃돌게 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임금 협상이 기본적으로 사측의 지급 여력 범위 안에서 총액 임금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만큼,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실제로 수십% 씩 임금이 갑자기 뛸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측이 수당이 지급되는 작업 자체를 줄이거나 인센티브를 깎는 등의 형태로 임금 총액 급증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미 기아차는 이달부터 ‘통상임금 확대’를 가정해 ‘특근’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아차 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이 국내 일감을 통상임금 등에서 자유로운 해외로 돌리는 사례도 급증할 전망이다.

 

◇ 기아차 평균임금 1억원 넘어설까…“이론적으론 가능”

1일 기아차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아차 근로자(생산·사무직 전체)의 평균임금은 연 9600만 원 수준이다.

통상임금 1심 판결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되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심야·연장·휴일·연차 수당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기아차 근로자의 임금 총액이 불어난다는 얘기다.

기아차 노조원은 한 해 월 기본급의 75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받는데, 이 상여까지 통상임금에 추가되면 연간 기준 통상임금 수준은 50% 정도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기아차 노조원들이 받는 통상임금 연동 수당들도 똑같이 50% 늘어나게 된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지난달 22일 간담회에서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며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직군에 따라 수당 종류와 지급 상황이 복잡한 만큼 이 수당 증가 효과가 기아차 근로자의 연간 총액 임금을 평균적으로 얼마나, 몇% 끌어올릴지는 아직 정확한 계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다른 사례로 임금 증가율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발표한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이 연 1949만 원(기본급+통상수당)이고 총급여(연봉)가 6000만 원인 근로자의 경우 고정상여금(1566만 원)이 통상임금에 새로 포함되면 임금 총액은 7635만 원(27.3%)으로 늘어난다.

동시에 원래 900만 원이었던 간접노동비용(퇴직금·사회보험료 등)도 1145만 원으로 불기 때문에, 전체 이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수준은 6900만 원에서 8780만 원으로 31.3%나 뛰게 된다.

간접노동비용을 빼고도 통상임금 확대로 20%가 넘는 ‘연봉 인상’ 효과가 예상되는 셈이다.

따라서 단순 계산대로라면 현재 평균 9600만 원 수준인 기아차 근로자의 임금은 새 통상임금 기준을 적용하면 1억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 특근·연장 근로 축소로 오히려 총액 깎일 수도

하지만 이런 이론적 임금 증가율이 실제 기아차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사는 해마다 임금 협상을 통해 근로자가 받는 총액 연봉 수준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 결정하는데, 통상임금이 늘어났다고 사측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20% 이상 연봉을 올려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노사가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늘리는 대신 임단협으로 결정되는 인센티브를 깎거나, 아니면 사측이 특근·연장 수당 지급이 필요한 작업 자체를 줄여 급격한 총액 임금 수준 변화를 막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당장 기아차는 이달부터 특근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특근수당도 통상임금에 연동되는만큼 임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단기적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통상임금 확대 여파로 수당이 없어지거나 급격히 줄어들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오히려 총액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근·연장 근로 폐지로 줄어드는 생산력은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메울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아차의 경우 이미 전체 생산 중 해외공장 비중이 절반을 넘은 상태이고, 올해 상반기 기아차의 공장별 가동율 보면, 국내는 103.4%인데 비해 해외는 평균 99.1%로 해외공장의 설비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국내에서 연장·특근이 가능한 것은 수익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통상임금이 급격히 늘어 원가-수익 구조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해졌고, 현재 기아차 임금 수준을 감안할 때 국내 연장·특근으로는 적정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도 “특근·연장수당의 경우 회사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인만큼 ’수당 최소화‘로 통상임금 인상분을 상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이미 ‘통상임금 폭탄’을 맞은 다수 기업들도 이 전략을 택했다.

예를 들어 한국지엠(GM)의 경우, 정기상여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통상임금 자체는 인상됐지만, 일감이 줄어 결국 임금 총액은 줄었다.

한국GM 군산공장의 경우, 2015년 4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에서 ‘주간 1교대’로 근무 방식을 바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데, 물량 감소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통상임금 확대’였다.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댄 애커슨 GM 회장도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만 보더라도 인건비 상승을 막기 위해 일감을 줄이고, 그 결과 임금 총액은 물론 일자리까지 줄어 고용 불안이 야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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