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노조·대기업 정규직-無노조·중기·비정규직’ 임금차이 더 커질 듯

법원이 지난달 31일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지금도 1인당 9천만 원대에 이르는 기아차의 평균 임금이 ‘통상임금 확대’ 효과로 1억 원을 넘어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과거 노사 간 임금 합의를 철저히 무시한 노조의 이런 통상임금 소송이 잇따르고, 노조가 계속 승리해 임금 인상과 소급 지급의 이익을 챙길 경우 근로자들 간 ‘임금 양극화’ 현상도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에 ‘통상임금 보너스’가 집중되고, 노조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이론상 1억 넘지만 특근·연장근로·일감 축소로 오히려 연봉 깎일 수도 3일 기아차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아차 근로자(생산·사무직 전체)의 평균임금은 연 9천600만 원 수준이다.

통상임금 1심 판결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되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심야·연장·휴일·연차 수당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기아차 근로자의 임금 총액이 불어난다는 얘기다.

기아차 노조원은 한 해 월 기본급의 75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받는데, 이 상여까지 통상임금에 추가되면 연간 기준 통상임금 수준은 50% 정도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기아차 노조원들이 받는 통상임금 연동 수당들도 똑같이 50%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직군에 따라 수당 종류와 지급 기준이 워낙 복잡한 만큼 이 수당 증가 효과가 기아차 근로자의 연간 총액 임금을 평균적으로 얼마나, 몇% 끌어올릴지는 아직 정확한 계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다른 사례로 임금 증가율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이 연 1천949만 원(기본급+통상수당)이고 총급여(연봉)가 6천만 원인 근로자의 경우 고정상여금(1천566만 원)이 통상임금에 새로 포함되면 임금 총액은 7천635만 원(27.3%)으로 늘어난다.

동시에 원래 900만 원이었던 간접노동비용(퇴직금·사회보험료 등)도 1천145만 원으로 불기 때문에, 전체 이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수준은 6천900만 원에서 8천780만 원으로 31.3%나 뛰게 된다.

간접노동비용을 빼고도 통상임금 확대로 20%가 넘는 ‘연봉 인상’ 효과가 예상되는 셈이다.

따라서 단순 계산대로라면 현재 평균 9천600만 원 수준인 기아차 근로자의 임금은 새 통상임금 기준을 적용하면 1억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론상 예상되는 임금 급증이 현실에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노사는 해마다 임금 협상을 통해 근로자가 받는 총액 연봉 수준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 결정하는데, 통상임금이 늘어났다고 사측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20% 이상 연봉을 올려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사가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늘리는 대신 임단협으로 결정되는 인센티브를 깎거나, 아니면 사측이 특근·연장 수당 지급이 필요한 작업 자체를 줄여 급격한 총액 임금 인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당장 기아차는 이달 특근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근수당도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만큼 임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단기적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통상임금 확대 여파로 수당이 없어지거나 급격히 줄어들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오히려 총액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있다.

◇ “노조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통상임금 인상 효과 집중”

하지만 모든 근로자가 통상임금 확대 효과로 연봉이 얼마나 늘어날지 계산기를 두드릴 만큼 행복한 처지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통상임금 소송은 ‘노조 협상력·결집력이 강한’ 대기업 정규직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아차, 현대차,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로템, 현대위아,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현대제철, 현대미포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에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기가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구나 재판부가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내세워 통상임금 과거분 소급 지급을 막을 때 ‘지급으로 회사 경영·재정이 심각하게 나빠지는가’를 따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경영·재정 상태가 탄탄한 대기업 소송에서 재판부가 신의칙을 배제하고 소급 지급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업 규모가 크고 강한 노조가 존재하는 기업일수록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크다는 얘기다. 기아차만 해도 1심 선고 결과가 3심까지 유지되면, 근로자 1인당 수천만 원의 통상임금 소급분뿐 아니라 미래 총액 임금 인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결국 노조 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노조 없는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총급여를 ‘100’으로 봤을 때 같은 300인 이상 기업 비정규직 시간당 총급여 수준은 65, 300인 이하 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의 경우 각각 49.7과 35에 불과했다.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이 한 시간에 3만 원을 받는다면, 300인 이하 기업 비정규직은 1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년 8월)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명목)은 415만6천 원 정도였다.

이와 비교해 노조가 없는 300인 미만 기업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3.4%인 138만7천 원에 그쳤다.

하지만 근로자 수로 따지면, 무노조 300인 미만 기업 비정규직 수(529만1천 명)가 노조가 있는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148만2천 명)의 3배를 훌쩍 넘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 1심 선고를 계기로 통상임금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라며 “하지만 그에 따른 임금 상승효과는 ’유노조-대기업‘ 근로자들에게 집중되고,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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