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통령’의 부름에
3만5000여 팬 열띤 응답
지난2일 잠실주경기장서
서태지 데뷔 25주년 공연
1집부터 시간대별 28곡
방탄소년단과 함께 재현

시공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은 미스터리하다. 우리의 세포 어딘가에 박혀 다시 그 음악이 흐르면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는 마력이 있다.

19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군림한 서태지(45·아래 사진)가 25년을 함께 한 팬들을 ‘블랙홀’로 빠트려 ‘시간 여행’을 했다. 이들이 함께 탄 타임머신은 바로 전주 한 소절에도 뭉클한 그의 실험적인 음악이었다.

2일 오후 7시2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롯데카드 무브: 사운드트랙 볼륨.2 서태지 25’(사진)에는 그의 데뷔 25주년을 축하하고자 3만5000명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그의 공연은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으로, 이번엔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해 올드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서태지는 이날 1992년 3월 발표한 서태지와아이들의 1집 타이틀곡 ‘난 알아요’ 부터 2014년 10월 발표한 서태지 9집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까지 시간대별로 28곡을 아우르며 자신의 음악사를 집대성했다.

1995년 4집까지 내고서 1996년 1월 해체한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을 함께 재현한 것은 지금의 ‘대세 그룹’ 방탄소년단이었다.

 

한 달간 서태지와 연습한 방탄소년단은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이 밤이 깊어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 8곡을 함께 꾸미며 객석의 함성을 이끌었다. ‘너에게’ 때 함께 오른 진과 지민, ‘하여가’ 무대를 함께 꾸민 정국과 뷔는 서태지와아이들의 이주노, 양현석의 자리를 대신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무대를 누빈 ‘교실이데아’에선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컴백홈’ 때는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후렴구의 떼창이 이어졌다.

서태지는 “정말 보고 싶었다. 이 시간을 기다렸다. 여러분 덕분에 25주년을 맞이하게 됐다”며 “음악의 힘이 대단한데 음악 하나로 여기 서 있는 것도 신기하고 음악만으로 그때로 돌아가는 것도 신기하고 미스터리하다”고 감회에 젖었다.

댄스와 힙합, 록을 아우른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의 명곡들이 지나간 뒤, 록밴드 시나위 출신답게 록에 천착한 서태지의 솔로 시대가 펼쳐졌다. 서태지는 3D 입체 스크린을 통해 마치 우주공간으로 빠져드는 듯한 추상적인 영상으로 음악 분기점을 구분했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시대유감’과 ‘10월 4일’ ‘난 알아요’의 심포니 버전, ‘우리들만의 추억’을 선사했다.

그는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이번 공연에서 25년을 눌러 담았다. 25년 동안 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 오늘 공연은 250년 뒤에도 기억될 것 같다. 30주년에 또 만나자”고 인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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