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한미공조 긴요한 시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비판하면서 한국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전략적 실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중요한 핵실험을 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미국에 적대적이고 위험하다”며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물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동맹국을 겨냥한 부적절하고 이해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부당하게)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대북 한미 공조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비판은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미국의 대북 ’압박과 관여‘ 접근을 적극 지지해왔고,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취한 어떤 것도 유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번 트윗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 시사 등 한미 간 정치적, 경제적 동맹 관계를 약화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존 들루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P에 “트럼프가 중국보다 한국을 더 공격적으로 추궁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들루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수동공격적’(passive-aggressive)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앞서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섰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들(북한)과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트럼프는 이를 불만스러워하는 것으로 들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한국에 말했듯이”라는 표현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 정부를 공격했다고 해석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을 통해 한미 간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놀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를 소원하게 만듦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시사한 사실과 이미 미국이 부담하기로 합의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던 점을 거론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 중국연구소 선임연구원 미라 랩 후퍼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 군사, 외교적 압박을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을 취하고 싶다면 동맹국을 부당하게 비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목적 중 하나는 미국과 그 동맹국을 갈라놓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돕고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FT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국에 분노를 돌리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난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여러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미국 외교관 데이비드 스트로브는 “그들은 비합리적인 파트너와 상대하고 있으며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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