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유족이 문제 제기…검찰 불기소→고법 재정신청 기각→대법 항고

▲ 지난 4월 23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 관람객이 미인도를 촬영하는 모습.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에게 제기된 유족의 고발을 무혐의로 결론 낸 검찰 처분이 정당했는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앞서 검찰 처분에 반발해 법원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재정신청을 냈던 유족이 고법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자 불복해 대법원에 문제 제기했기 때문이다.

천 화백 유족의 대리인인 해인법률사무소 배금자 변호사는 4일 “재정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법의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이 기각되면 대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재정신청은 검찰에 낸 고소·고발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관할 고법에 옳고 그름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피고소·피고발인을 기소하라고 검찰에 명령을 내린다.

앞서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씨는 지난해 4월 ‘미인도가 가짜인데 진품이라고 허위 사실을 퍼뜨려 어머니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12월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고 보고 4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모씨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족 측은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으나 기각되자 5명 모두에 대해 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28부(김필곤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추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기소를 명하기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사건 기록과 유족이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범죄가 충분히 증명되는데도 이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기소편의주의 남용이며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인도를 공개 전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유족이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고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배 변호사는 “이달 중순 미술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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