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부활 현실화되면 日·유럽산에 경쟁력 밀려
대내외 악재 속 근심 깊어

▲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준비 지시로 대(對)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울산의 자동차와 석유화학(석유제품 제외), 철강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과 판매부진, 노사갈등 등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자동차 업종의 경우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부과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자동차-기계-정보통신기술 석유화학-철강 순 ‘타격’

만약 한미 FTA 폐기로 ‘한미 FTA 체결 이전으로 교역 조건 복원’이 현실화하면 울산은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미 수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 자동차는 2012년 한미 FTA 협정 발효 후 2016년부터 관세(2.5%)가 철폐돼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유리한 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한미 FTA 폐기로 2.5%의 관세가 부활한다면 그만큼 미국시장에서 한국차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자동차 업계로선 돌이킬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이 3분의 1(2017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을 차지할 만큼 미국 수출비중이 높다. 하지만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5만4310대)이 작년 같은달 보다 24.6%나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이다.

철강업계는 한미 FTA 폐기를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율이 조정될 경우 향후 5년간 자동차, 기계, 철강 등 세 분야에서만 최대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의 수출 손실이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수출 손실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01억달러에 달하며, 이로 인한 일자리 손실 9만명, 생산유발손실 28조원, 부가가치유발손실 7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기계산업과 철강산업의 수출손실액은 55억달러와 14억달러로 추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이 이뤄지면 2017년부터 5년간 수출손실 269억 달러(약 30조4000억원)에 일자리손실은 24만 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손실은 자동차산업 133억 달러, 기계산업 47억달러 정보통신기술(ICT) 30억달러, 석유화학 18억달러, 철강 12억달러 순으로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1월 보고서에서 한미 FTA 폐기시 수출은 2020년까지 4년간 130억1000만달러(약 14조7000억원) 줄어들고 고용은 12만7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중국 이어 미국 수출시장 막히면 울산 또 위기

한미 FTA 폐기시 중국을 제치고 울산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대미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은 최대 수출국인 대 미국 수출액이 전년보다 13.7% 감소한 92억달러에 그쳤다. 울산의 대미 수출은 FTA 체결 전인 2011년 81억달러에서 2014년 120억달러로 최고를 기록한 후 2015년 106억달러, 지난해에는 90억달러로 2년 연속 감소추세다.

지난해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55억달러로 전년(60억달러) 보다 9% 감소했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가 부활하면 자동차 수출에 급브레이크가 걸릴수 밖에 없다. 또 수출 3위 품목인 석유화학(4억8000만달러), 철강(1억달러) 수출도 감소가 예상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울산의 2대 수출국인 중국의 사드보복에 이어 미국시장까지 수출길이 막히면 울산 산업계가 받는 고통은 혹독할 수 있다”며 ‘한미 FTA 폐기’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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