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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단일기
[교단일기]소녀와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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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5  23: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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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그 날은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 오후였다. 6년 전쯤, 나는 지하철을 빠져나와 만원인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막 문이 닫히려는 찰나, 한 소녀가 황급히 달려와서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얼핏 보기에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였다. 소녀는 엘리베이터 밖에서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바쁜 현대인들이 늘 그렇듯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은 몇 초의 기다림도 허용하지 못하고 얼른 타라는 듯 짜증을 냈다. 몇 초가 흐르고 잠시 후 소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내가 불편한 한쪽 다리를 이끌고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 아버지가 먼저 타고서야 소녀는 따라 들어왔다. 소녀의 아버지는 한쪽 다리와 눈이 불편해 보였다. 엘리베이터 탑승 후 소녀는 본인도 땀에 절어 있었지만 연신 아버지의 등 쪽 상의를 펄럭여주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부채질해주었다. 소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밝게 웃으며 계속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아버지는 웃으며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어눌한 말로 대답을 했다.

부녀는 엘리베이터 안의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저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다리와 눈을 가졌구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이 자신의 다리가 되어 주고 눈이 되어 주고 있으니…. 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 아버지는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저렇게 바르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러웠다.

선배 교사들은 늘 나에게 말했다. “애를 낳아서 길러봐야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고 교육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고. 교육학을 배울 만큼 배웠고, 몇 권의 책을 내고 교육칼럼을 쓰면서 교육에 관한한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그 말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서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지 깨달았다. 내 뜻대로 내 맘처럼 아이는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고 내 아이가 최고야 하며 아이들을 경쟁이라는 출발선에 세우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육을 통해 기르고자하는 인재는 단순히 똑똑한 아이가 아닌 울산12덕목처럼 인성을 갖춘 인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인내하기, 사랑하는 만큼 엄하게 공중도덕 가르치기, 조금 손해보더라도 남을 배려하기,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을 위한 인생보다는 인생의 즐길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가 중요하지만 현실 앞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교사인 나는 아이들의 꿈을 자주 물어보곤 한다.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직업을 말하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늘 “경찰관이 되더라도 꼭 어렵고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경찰관이 되렴”하고 말해 주곤 한다. 나 또한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내 딸 다인이가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만큼 “다인이 ○○대학 갔어, 다인이 누구누구네 집 재산이 얼마고 직업이 뭐인 사람에게 시집갔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딸이 아닌 “다인이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야. 나에게나, 이 세상 사람들에게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으면 한다. 부모보다 자녀에게 훌륭한 선생님은 없다. 엘리베이터의 소녀처럼, 그 소녀의 아버지처럼 인성을 갖춘 자녀, 현명한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렇게 바르게 성장한 아이를 어디에선가 마주치기를 오늘도 기대하며 나는 문밖을 나선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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