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선수로 밟지 못한 월드컵, 잘 준비해 대박내겠다”

▲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내 한식당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영권 옆의 김민재가 아닌 김민재 옆의 김영권을 선택했다”
“졸전이라는 평가 이해할 수 없다…헹가래는 결과 확인하고 한 것”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대박을 내겠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내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소회를 드러내며 본선 무대 준비에 관한 큰 그림을 공개했다.

신 감독은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은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였다”라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못 하면 한국 축구의 앞날이 크게 흔들리고 내 축구인생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은 사생결단의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선 진출에 관한 소감을 묻는 말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선수 때 밟지 못한 월드컵 무대를 감독으로 가게 됐다. 잘 준비해서 대박 내겠다”고 말했다.

본선 무대를 겨냥한 대표팀 선발 기준에 관해서도 공개했다.

신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세 이하(U-20) 월드컵,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각 급별 선수들의 기량과 심성을 잘 알고 있다”라며 “다만 어린 선수들은 확실하게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아울러 이동국(전북),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등 베테랑 선수들은 현재 실력을 유지할 경우에 선발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대표팀은 오는 10월 유럽에서 평가전을 치른 뒤 오는 12월 일본에서 동아시안컵에 참가한다.

신태용 감독은 “크게 깨지더라도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유럽 원정에선 강팀과 맞붙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뒤 “동아시안컵에선 K리그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베크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의 김민재가 환호하고 있다.

그는 이번 2연전에서 수확한 주전 센터백 자원 김민재(전북)를 중용한 까닭에 관해선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 때부터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라며 “사실 전북의 경기를 많이 본건 김민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공개했다.

이어 “내 마음속엔 김민재의 옆에 누굴 세울지 고민했다. 김영권 옆의 김민재가 아니라, 김민재 옆의 김영권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나온 각종 논란에 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란전에서 이동국 교체카드를 늦게 쓴 이유에 관해 “당시 김민재가 뇌진탕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면서 김주영을 투입했다. 김주영이 적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이동국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체카드는 3장밖에 없는데, 주변에서 선수 기용에 관한 비난을 많이 하셔서 조금 답답하긴 했다”고 밝혔다.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베크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헹가래 논란’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대표팀은 이란-시리아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신태용 감독이 본선 진출 소감을 밝히는 방송 인터뷰를 했고, 헹가래까지 쳤다며 인터넷상으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전은 한국-우즈베키스탄 경기보다 약 5분가량 늦게 끝났는데, 2-2로 맞서던 시리아가 한 골을 더 넣었다면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이에 관해 신태용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인터뷰를 요청해 부득이하게 방송 인터뷰를 먼저 한 것이다. 이후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2-2로 끝났다는 확인을 한 뒤 세리
머니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나기도 전에 헹가래를 받았다는 것은 잘못된 오해다. 몇몇 잘못된 기사가 나간 뒤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데, 매우 답답하다”고 말했다.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이근호가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네스테로프의 선방에 막히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 문제에 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라며 “가장 큰 목표였던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으니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기술 발전에 관해 “축구계 전체의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성적 위주의 축구보다는 풋살처럼 좁은 공간에서 기술을 키우는 훈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이 졸전이었다는 평가에 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전반에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우즈베키스탄은 후반전에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보여왔다. 이런 점을 예측해 후반전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졸전이라는 평가가 나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난도 좋지만, 격려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에 관해선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시리아와 원정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꼬인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긴 시간 기자회견을 이어가던 신태용 감독은 그동안 이야기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두 쏟아내며 굳은 얼굴을 풀었다.

그는 ‘한국에 들어가면 무엇을 하고 싶나’라는 말에 “현재 지인들의 연락을 하나도 받지 않고 있는데, 주변 분들을 만나면서 좀 쉬고 싶다. 좋아하는 골프도 좀 치면서 머리를 식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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