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 인구감소등 쌓이는 악재
주요 국책사업들 줄줄이 좌초 위기
울산발전 이끌 위정자 잘 골라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인가? 새 정부 들어 울산의 주요 현안사업 대부분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가 쉽지 않다. 이전 정부의 대통령 공약사업이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사업은 끝내 무산됐고, 국립산재모병원 건립은 새 정부의 혁신형 공공병원 공약과의 충돌로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사연댐 가동 이후 52년만의 취수 완전중단 사태를 몰고온 상황에서도 단 한치의 진척도 없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과 이와 연계된 울산권 맑은물 문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신불산 행복케이블카 건립, 새 정부의 탈핵공약과 맞물려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등 악재는 쌓여만 가고 있다.

2018년도 울산의 국비 확보 예산(정부안 기준) 1조9019억원도 2014년도 국가예산 정부안 1조7334억원 이후 4년만의 최저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내용이다. 울산은 기존 주력 제조업의 성장정체로 도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SOC의 축소와 중점 육성 중인 핵심 신규산업 예산 삭감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대표적 사례로 대통령 공약인데도 신청예상액의 절반이나 삭감된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개설사업은 대형트럭의 도시진입을 막고 물류비 절감이란 목적 외에도 한창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는 강동권 개발사업과 송정지구 택지조성사업 등의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00% 반영돼야 할 사업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인 R&D 예산은 전년의 2146억원보다 429억원이 더 반영돼 의미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지지만 울산시가 신규사업으로 발굴한 관련 예산 대부분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은데다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예산과 국립 3D프린팅연구원 설립 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된 채 국회로 넘어갔다. 창조경제로 대변되는 전 정부의 지자체별 나눠먹기 산업 조정 탓에 수소연료전지차, 탄소, 로봇산업 등 울산에 주력공장을 두거나 본사를 둔 미래 유망산업들의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어서 더욱 뼈아프다.

고질적인 노사 대립구도도 여전하다. 조선업 침체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협은 물론 해를 넘겨 진행 중인 지난해 임협 교섭과 관련해 한치 양보없는 대립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파업 일수를 기록한 현대차 노사도 임금성 부분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올해 임단협을 10월 이후로 넘긴 상태다. 탈울산도 가속화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11월 이후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울산의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말 현재 117만230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지역, 특히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내고 있는 듯하다. 울산시가 내년도 국비확보와 현안협의를 위해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참석 저조로 반쪽 간담회에 그쳤다. 게다가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과 울산시는 지역 주요 현안을 두고 엇박자를 보이면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1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인구와 6명에 불과한 국회의원 수, 다양화되지 못한 지역 정치구도, 산업수도 울산에 대한 새 정부의 인식 부족 등 뭉쳐도 모자랄 비상시국에 갈갈이 찢겨져 있는 게 울산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울산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울산 발전을 위해 무엇이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치와 행정 등 구성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표만을 위한 인기영합식 행보와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한 행보를 구별해 내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허수를 잡아내야 진정 울산의 미래를 고심하는 위정자들을 선별해 낼 수 있다. 성년이 된 광역시 울산의 지속 발전을 위해 시민들에게 주어진 책무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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