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사회 양극화 해소 노력
올바른 심성 배양 지속적 교육
처벌강화 병행 경각심 일깨워야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5년간의 범죄 현황 결과를 보면 화풀이성 묻지마 범죄는 231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계되지 않은 수치들까지 예상한다면 화풀이성 범죄는 그보다 더 많이 발생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는 지도교수의 꾸지람에 화가 난 한 대학원생이 사제폭탄물을 만들어 지도교수에게 부상을 입혔고, 아파트 외벽에서 작업하던 근로자의 밧줄을 잘라 숨지게 만든 아파트 주민의 범행이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이러한 범죄들은 순간의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발생한 화풀이 범죄의 사례들로, 그 범죄의 수법과 결과가 날로 잔혹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의 불만과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폭력적 성향으로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는 화풀이성 범죄는 노약자, 장애인 등과 같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이거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단지 자신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남을 해치거나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화풀이성 범죄는 사회 구성원간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 전반의 안전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화풀이성 범죄의 특성상,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화풀이성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고, 발생 빈도가 증가하게 되면 결국에는 불안해서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닐 수도 없는 세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화풀이성 범죄를 벌이는 이들은 자신이 처한 어렵고 힘든 상황을 모두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그로 인한 분노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들에게 표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화에 대한 위안을 얻고자 한다. “화풀이성 범죄는 범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불만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회에 표출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대구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상호 교수는 화풀이성 범죄의 해결책으로 “사회적으로 만연한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려는 노력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북삼성병원의 신영철 정신과 교수는 “화풀이성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화나 분노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재산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풀이성 범죄의 원인은 무엇일까? 장기간 계속된 경제 불황으로 말미암은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 현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중산층은 실직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젊은 세대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채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절망감과 분노는 세상을 향한 비관과 적대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자신이 사회로부터 소외된 것이 모두 사회와 타인의 탓이라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충동적으로 폭력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화풀이성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회 양극화 문제는 한 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장시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풀이성 범죄를 해결할 직접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해답을 ‘교육’과 ‘처벌 강화’에서 찾고자 한다. 화풀이성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가족 단위에서부터 지역 사회 단위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에 대해 화를 참고 인내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가족과 학교가 화와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끔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를 제공, 어렸을 때부터 화를 참고 조절할 수 있는 올바른 심성을 갖게 해주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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