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5일부터 사흘간 열려
올해부터 처용문화제와 분리

▲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울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7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Ulsan World Music Festival)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뮤직’의 깃발을 건 페스티벌이 2007년 처음 열렸으니, 꼭 10년전 일이다. 지난해까지 이 행사는 처용문화제 속의 또 다른 페스티벌, 즉 ‘처용월드뮤직페스티벌’이었다. 지난 30여년간 문화 현장에서 필자가 해온 일들 중 하나가 전국의 주요 축제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평가와 컨설팅을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처용월드뮤직페스티벌’의 내력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울산에 와서야 비로소 접한 데다 필자의 그 엉성한 경험 때문이었을 테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갖은 말씀들을 들으면서 관련 자료들을 챙겨 살폈다. 1997년 광역시 승격 및 21세기로의 시대적 전환과 함께 비약적으로 분출되는 울산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부산 등 다른 도시에서 겨우겨우 채워지던 시절,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태어났다. 게다가 콘텐츠의 확장과 발굴이라는 막중한 문제에 봉착한 당시 처용문화제가 이 월드뮤직을 품에 안음으로써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노력 또한 한편으로는 수긍할 수 있었던 것. 이는 물론 울산의 처용과 월드뮤직의 인문적 맥락에 대한 물음을 일단 접어두고 하는 고갯짓이기는 했다. 그 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처용문화제라는 밭에서 쑥쑥 자랐다. 예산도 3분의2가 월드뮤직페스티벌에 쓰였다. 그러면서 어느 새 ‘처용월드뮤직페스티벌’의 이름과 얼굴로는 자신의 확장성은 물론 모태인 처용문화제의 지속성까지 저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용문화제를 두고 오래도록 되풀이해온 처용 콘텐츠의 부족과 축제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지적은 어쩌면 당연했을 터. ‘처용의 도시’ 울산의 대표 문화자산인 처용과 그 문화제가 언제까지 월드뮤직에 편승해 그냥 흘러가도록 두어야 하겠는가. 언제까지 월드뮤직 콘텐츠를 처용문화제의 울타리 안에 가둔 그 어색한 동거를 보고 있어야 하겠는가.

지난 10년 내내 처용문화제로부터 월드뮤직페스티벌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진되었을뿐더러 그 논조도 점점 강해졌지만, 올해 문 연 울산문화재단이 이들을 맡으면서 마침내 분가를 단행한 것이다. 그리하여 9월15일, 16일, 17일 사흘 간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 10월14일, 15일 이틀간 처용문화제가 태화강대공원에서 펼쳐진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둘 모두의 상생을 위해서다.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또한 그동안의 성과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여느 때처럼 우리 창작 음악과 젊은 음악인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뮤직 마켓 에이팜(APaMM, Asia Pacific Music Meeting)도 함께 열린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집시 로큰롤의 제왕인 에밀 쿠스트리차가 이때 울산을 찾으며, 올해도 역시 에이팜을 통해 우리의 젊은 뮤지션들이 해외로 나갈 것이다. 잠비나이, 억스, 윈디시티(김반장, 노선택), 이디오테잎(IDIOTAPE) 등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음악 그룹들이 워멕스(WOMEX),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미뎀(MIDEM) 등 세계 3대 뮤직 마켓에 초청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까지 3회 연속 에이팜 쇼케이스에 선정된 울산의 국악실내악단 파래소는 지난 7월 레인포레스트월드뮤직페스티벌(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의 초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울산에서만도 한 해에 수십 개의 축제가 열린다. 이들 축제로 울산 시민들은 일 년 내내 즐겁다. 축제가 많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니면 되는 문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과 처용문화제는 그 자체로도 다른 축제들과의 차별성이 매우 크다. 이 둘을 맡고 있는 재단은 그럼에도 소박한 한 가지 소망만을 갖고 있을 뿐.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글로벌 음악축제로, 처용문화제는 그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 울산의 얼과 전통을 보전하는 명실상부한 문화행사로 거듭나도록 울산문화재단이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동참이 절실하다.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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