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울산 남구 신정동 ‘신생원’ 강춘덕씨

▲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서 39년째 중식당 ‘신생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춘덕씨(가운데)가 부인 류두남씨, 딸 강계영씨와 함께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1979년 신정동서 가게 열고
40년 가까이 2대째 영업
2014년 착한가격업소에 지정
학생들에겐 30% 할인 판매
아흔 넘었지만 직접 요리도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올해로 39년째 중식당 ‘신생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춘덕(91)씨는 화교 출신이다. 강씨의 중식당은 오랜 손맛과 넉넉한 인심으로 오랫동안 동네 주민들은 물론 인근 학교 학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14년 단골 고객의 추천으로 착한가격업소에 지정됐다.

중국 산둥성(山東省)이 고향인 강씨는 지난 1940년께 일본의 중국 침략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왔다. 처음에는 인천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한국에서 해방을 맞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6·25 전쟁에도 참전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여러지역을 다니며 중식당에서 기술을 배운 강씨는 1962년 전남의 한 식당에서 일을 하며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1975년에 울산으로 온 강씨는 4년여간 중식당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울산이 공업화가 한창 될 무렵인 1979년에 지금의 신정동 자리에 직접 식당을 열었다. 강씨는 그 무렵 경남 진주 출신의 류두남(82)씨를 만나 결혼했고, 슬하에 딸 둘을 두었다.

강씨와 함께 2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딸 강계영(60)씨는 “처음에는 아버지가 화교 출신에 울산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워 지금 점포의 맞은 편에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이후 맞은편에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강씨의 식당은 특히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면서 입소문이 났다. 인근에 중·고등학교 4곳이 밀집된 탓에 10여년 전부터 학생들에게는 정가보다 30% 가량 싸게 음식값을 받고 있다. 일반 성인에게는 짜장면 한 그릇 5000원, 짬뽕 6000원으로 인근 식당들과 비교해 크게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전통의 맛과 푸짐한 양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계영씨는 “아버지께서 어려운 시절 학생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굉장히 뿌듯해 하셔서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할인을 해 주고 있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기 전에는 점심·저녁시간에 학생들로 가득 붐빌 정도로 우리 식당을 많이 찾았지만, 학교 급식탓인지 예전만큼 학생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구순을 넘긴 나이지만 지금도 매일 식당에 출근해 살피고, 일손이 부족할 때면 주방에서 직접 중화팬(차이나웍)도 잡는다.

강씨 부녀는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물가 인상 등으로 힘들 때도 많았지만, 20~30년 전 식당을 찾아 맛있게 먹고 간 학생이 성인이 돼서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할 때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계영씨는 “아버지가 변함없이 한결같은 음식맛을 유지해 왔기에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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