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대표직 사퇴 발표를 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금품수수 의혹에 물러나
자강론 주창 리더십 흔들
보수통합 움직임 맞물려
차기 대표 등 셈법 복잡

보수정당의 한축인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자신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당 대표로 뽑힌 지 74일 만이다

이에따라 같은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꾀하며 독자 생존길을 모색해온 당 지도부가 지난 5월 대선이후 최대위기를 맞아 휘청거리며 ‘대안’을 놓고 당내 논란이 격화될 조짐이다.

특히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 대표의 퇴진은 현재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보수대통합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바른정당의 향후 진로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로선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과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거친 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등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비대위 체제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차기 지도부 구성방식이 어떻게 결론 나든 중요한 것은 누가 다음 지휘봉을 잡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바른정당이 지금처럼 자강론의 길을 고수할지 아니면 보수통합의 물꼬를 트면서 정계개편 소용돌이의 중심에 설지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보수통합의 경우 당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벌써 당내에선 자강파와 통합파 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당내에선 창당 때부터 최대주주였던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차기 리더로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의 사활이 걸린 초비상상황인 만큼 2선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전면에 나서 당의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논리다.

통합파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이 구원 투수로 나설 경우 그간 당내에서 숨죽이고 있던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던 만큼 김무성 대안론은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의원은 “나는 하지 않겠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고 못막았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지금처럼 2선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차기 지도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미 각 당의 대표로 나섰다는 점에서 유 의원의 등판 여부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유 의원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될 경우엔 섣부른 보수통합에 반대하는 자강파로 알려진 만큼 그가 당의 새 리더가 된다면 바른정당은 당분간 마이웨이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반대로 국민의당과 정책연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소속 의원들도 상당수 있어 차기 리더 선출을 둘러싼 당내 기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3선의 김용태 의원과 김세연 정책위의장 등 젊은 중진들이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정병국 의원은 “시대적 감각이 뒤떨어지는 정당하지 말자고 나온 게 바른정당”이라며 제3 인물론을 언급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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