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당연히 디젤(경유차)’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다.

실제로 올해 3∼7월 팔린 국산 SUV 가운데 가솔린차의 비중은 단 2%에 불과할 정도다.

르노삼성이 이 뿌리 깊은 ‘SUV=디젤’ 등식을 깨고 지난 1일 중형 가솔린 SUV ‘QM6 GDe’를 선보였다.

“이제 SUV는 더 이상 오프로드(비포장도로)를 즐기는 사람만 타는 차가 아니지 않으냐. ’발상의 전환‘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한 가솔린 SUV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전하는 개발 배경이다.

QM6 가솔린 모델(GDe)의 외관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이미 같은 디자인의 디젤 모델이 거의 1년 전인 작년 9월 출시돼 수 없이 거리를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6’ 시리즈의 상징, 범퍼를 파고 들어간 ‘ㄷ’자 모양의 주간주행등(LED)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생각보다 덩치가 꽤 커 ‘중후한’ 인상이었다.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영종도 외곽도로를 달리면서, 무엇보다 감탄한 부분은 ‘정숙성’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당연히 없고, 여타 가솔린 세단과 견줘도 QM6 가솔린 모델의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조용했다.

박 사장이 QM6를 소개하면서 “디자인과 연비, ’무엇보다‘ 정숙성을 갖춘 도심형 SUV”라고 강조한 게 빈말은 아니었다.

동승한 르노삼성 관계자는 “2.0ℓ 자연 흡기 GDI 가솔린 엔진 자체가 조용한 데다, 소음 차단 기능을 갖춘 앞유리를 장착하고 대시보드, 엔진룸, 바닥 등 내부 소음 유입 경로마다 다양한 흡음재, 차음재를 보강했다”고 부연했다.

핸들링(조향)도 세단만큼 부드러웠고, 앞바퀴와 뒷바퀴에 각각 달린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방식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충분히 흡수했다.

‘최고 출력 144마력, 최대 토크 20.4kg·m’이라는 수치상 엔진 동력 성능은 사실 중형 SUV로서 넉넉한 편이 아니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는 시속 100㎞ 이상 뛰어도 힘이 달리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느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철제 벨트가 이동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무단변속기(CVT)의 특징인데, 르노삼성 관계자는 “운전자가 적응되면 가속 등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QM6 GDe에는 일본 자트코(JATCO)사의 최신 CVT가 탑재됐다.

또 하나 QM6 가솔린 모델의 장점은 여러모로 뛰어난 경제성이다.

1ℓ로 11.7㎞(17·18인치 바퀴 기준)를 달리는 연비는 같은 2천㏄급 중형 디젤 SUV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차량 가격 자체(최저 2천480만 원)가 동급 QM6 디젤 모델보다 290만 원이나 싸서 매력적이다. 타사 같은 급 중형 디젤 SUV들과 비교해도 100만~200만 원 정도 낮은 가격대다.

이 정도 상품성이면 “QM6 전체 판매량의 40%를 가솔린 모델로 채우겠다”는 박동훈 사장의 목표가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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